한국 경제가 다시 한 번 저성장 경고등을 마주하고 있다. 일부 수출 주력 산업이 선방하고 있지만, 그 외 산업 전반에서는 체감 경기 악화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공개된 경제 전망에 따르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1%대 중반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와 조선 등 특정 산업의 회복이 전체 수치를 떠받치고 있지만, 소비·투자·건설로 대표되는 내수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장 체감은 더 냉랭하다

실물 경제 현장에서는 이미 위기감이 감지된다. 소비 둔화로 주문이 줄고, 재고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중소기업은 근무일 단축이나 인력 운영 조정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과 고부가가치 산업을 제외하면, 상당수 기업이 수익성 악화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 같은 상황은 기업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한계 기업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다시 규모가 축소되는 사례도 증가 추세다. ‘성장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 간 온도차, 구조적 문제로

기업 경기 전망 지표 역시 뚜렷한 반등 신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자·통신 관련 업종에서 개선 조짐이 포착되긴 했지만, 전체 지수는 여전히 기준선을 밑돈다. 반도체 등 소수 업종을 제외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산업 편중형 성장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의 회복 탄력성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산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전체 경제가 동시에 흔들릴 위험이 크다.

▲잠재성장률 하락, 더 큰 경고

인구 구조 변화도 부담 요인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면서, 한국의 잠재성장률 자체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 경기 대응을 넘어, 산업 구조 전환과 내수 기반 강화, 그리고 노동·인구 정책 전반에 대한 장기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도체와 조선만으로 버티는 경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