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피해 발생 시 금융사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강력히 경고하자,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발 빠르게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한 경고 차원을 넘어, 금융사 자체가 소비자 보호의 최전선으로 나서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 KB금융, AI 기반 분석·모니터링 강화
KB금융그룹은 최근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를 새롭게 정립했다. 이는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소비자 의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인공지능(AI) 기반 피해 분석 모델 개발,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VMS)·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의 고도화를 핵심으로 한다.
또한 외부 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실시간 대응 역량을 높이고, 금융 취약계층 전담창구 확대와 소비자 보호 거버넌스 강화를 추진한다. KB는 단순히 기술적 방어에 머무르지 않고, 대국민 홍보·교육을 병행해 예방 활동까지 강화할 방침이다.
■ 우리금융, 은행권 최초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 신설
우리금융은 지난 18일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열고, 은행권 최초로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총 21명이 투입돼 정책 기획·사전 예방·대응·FDS 고도화를 전담
AI 기반 이상 거래 탐지 고도화를 추진
소비자보호 책임자(CCO)의 권한과 임기를 제도적으로 보장
특히 CCO 임명·해임 시 이사회 결의를 의무화하고, 임기를 최소 2년 이상 보장하는 등 금융당국의 모범 관행을 제도화했다. 이는 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의 독립성과 권한 강화를 통해 실효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 신한금융,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 혁신
신한금융지주는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승인을 받아, 자회사 간 실시간 보이스피싱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했다.
앞으로 은행·카드·투자증권·생명보험 등 4개 계열사가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를 탐지하면, 관련 고객 정보를 즉시 공유할 수 있다.
과거에는 동일 고객이 여러 계열사 거래를 이용하더라도, FDS 탐지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아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조치로, 정보를 공유받은 자회사가 즉시 거래 정지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게 됐다.
■ 전문가 시각: “금융사 책임 강화는 불가피”
전문가들은 정부의 압박이 단순한 ‘엄포’에 그치지 않고, 금융권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AI 기반 탐지 시스템, 실시간 정보 공유, 제도적 거버넌스가 결합하면서 보이스피싱 대응력이 과거보다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금융사가 책임을 떠안게 되는 만큼 예방 활동에 대한 투자와 내부 직원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