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심해 자원 개발이 한때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로 좌초되는 듯했지만, 영국 에너지 대기업 BP의 참여 소식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진행한 동해 해상광구 투자 유치 입찰에 복수의 해외 메이저 업체가 응찰하면서, 국내 심해 자원 개발이 다시 주목받는 상황이다.
■ 대왕고래의 좌절, 그리고 새로운 기회
당초 기대를 모았던 대왕고래 구조는 가스포화도 70% 이상으로 전망됐으나, 실제 시추 결과는 6.3%에 불과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석유공사는 이에 따라 일부 조광권을 반납하고, 4개 구역으로 나눠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입찰 절차를 진행했다.
이번 입찰에 해외 메이저 기업이 다시 참여했다는 것은, 동해 심해가 여전히 잠재력이 있다고 해석된다. 석유공사 역시 ‘대왕고래’ 실패에 매달리기보다는 다른 유망 지질 구조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 남아 있는 6개의 유망구조
전문가들은 대왕고래 결과가 완전한 실패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가스 이동 경로나 주변 지층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를 기초 자료로 활용해 다른 구조의 유망성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해 심해에는 대왕고래 외에도 6개의 유망구조가 남아 있어 추가 탐사의 근거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가 소량만 지나갔는지, 이동이 제한됐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며, 1차 시추 결과를 기반으로 한 광역적 재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해외 투자와 장기적 관점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최대 49% 지분까지 확보할 수 있다. 석유공사는 투자 유치 자문사 S&P글로벌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곧 선정할 예정이며, 이후 세부 조건 협상 및 계약 체결 절차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자원개발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치적 논란을 넘어선 중장기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수십 차례 시추 중 실제 상업 생산으로 이어진 사례는 단 두 번뿐이었지만, 그럼에도 탐사 경험과 기술 축적은 필수라는 의견이다.
서울과학기술대 유승훈 교수는 “가능성이 있는 가스전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탐사를 이어가야 한다”며 “국내 자원개발 역량을 키우는 과정 자체가 국가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