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해킹 사건의 여파가 단순한 사고를 넘어 금융시장과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보안투자를 축소하며 수익성 극대화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경영 전략과 책임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무형자산·보안 예산 모두 감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무형자산은 2019년 인수 당시 2,173억 원에서 2025년 상반기 1,405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IT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특허·상표권 등 보안 관련 자산이 포함된 항목으로, 업계 주요 카드사들이 오히려 투자를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IT 예산에서 정보보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2%에서 2023년 8%로 하락했다. 업계 평균(약 7%)보다는 높지만, 감소 추세 자체가 ‘보안 경시’ 의혹을 뒷받침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도 경고…“보안은 기본 투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카드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단기 성과에 집중하다가 장기적 핵심 투자에 소홀한 결과”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금융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 강조하며, 향후 보안 관련 재투자를 강력히 요구할 뜻을 내비쳤다.

▲롯데그룹까지 신뢰 타격

문제는 소비자의 인식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20% 소수 지분만 보유하며 롯데카드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롯데카드 = 롯데그룹’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따라 백화점, 마트, 레저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 전반에서 신뢰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미 회원 탈퇴나 서비스 해지를 요청하며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질적 주인이 누구인지보다 ‘롯데’ 브랜드가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문제”라며, 그룹 차원의 브랜드 관리와 소비자 설득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매각 전략도 불투명

롯데는 2019년 금융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면서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브랜드를 그대로 쓰도록 허용했다. 신규 브랜드를 만들 경우 발생할 비용과 신뢰도 저하를 막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롯데 자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고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경영권은 사모펀드에 있지만 피해는 결국 롯데가 감수해야 한다”며, 그룹이 소비자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브랜드 신뢰 회복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