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을 둘러싼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초대형 투자에 나서며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AI 시대의 ‘필수 메모리’ HBM

HBM은 기존 D램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대규모 연산을 요구하는 AI 서버와 초거대 언어모델(LLM) 학습에 필수적이다. 특히 엔비디아, AMD, 인텔 등 글로벌 GPU 기업들이 AI 칩셋 성능 향상을 위해 HBM 탑재를 필수 요건으로 삼으면서, 공급망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 삼성전자, 기술력 앞세워 반격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HBM4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2025년을 목표로 글로벌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할 계획이며, 기존 공정 대비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기술 도입도 검토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메모리 미세공정 기술력과 대규모 투자 여력을 기반으로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 SK하이닉스, ‘HBM 강자’ 자리 굳히기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의 HBM3e 주요 공급사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앞선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업계 점유율도 50%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이닉스는 추가로 수조 원 규모의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하며 HBM 전용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러브콜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 글로벌 IT기업들의 ‘HBM 러시’

HBM을 둘러싼 투자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협력 구도도 변화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HBM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삼성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한편, 하이닉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지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아마존 등 클라우드 기업들 역시 AI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HBM 수요를 급격히 늘리는 추세다.

■ 증권가 전망 “한국이 승부처”

증권가에서는 HBM이 단순한 메모리 제품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차세대 성장 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HBM 시장은 초기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한국 기업들이 이미 확보한 기술 우위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과 하이닉스의 투자가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남은 과제와 리스크

다만, 업계에서는 지나친 고객 의존도와 생산 원가 부담을 리스크로 꼽는다. 특히 엔비디아에 공급이 집중되면서 계약 조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또한 HBM 생산은 기존 D램 대비 원가와 난도가 훨씬 높아, 수율 안정화가 수익성 개선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