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신용사면 정책이 도덕적 해이 논란을 낳고 있다. 연체 기록을 지워 신용을 회복시켜줬던 상당수가 불과 1년 만에 다시 빚의 굴레에 빠지면서, 금융 질서를 교란시키고 성실 상환자들에게까지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이다.

■ 사면 후에도 반복되는 연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사면을 통해 연체 기록이 삭제된 약 **286만 명 중 33%**가 다시 연체를 기록했다. 사면 직후 이들이 1년간 새로 빌린 대출은 38조 원 규모였고, 그중 43%가 1금융권에서 발생했다.

1금융권 대출: 16조6천억 원

2금융권(저축은행·카드·보험 등): 17조 원

3금융권(대부업 등): 4조6천억 원

신용카드 신규 발급도 62만 건을 넘어, ‘신용 회복’이 곧바로 소비 확대로 이어진 모습이다. 그러나 연체율 상승으로 금융권은 일괄 가산금리 인상에 나섰고, 이는 성실하게 상환하는 고객들에게도 불이익으로 작용했다.


■ 반복되는 ‘빚탕감 포퓰리즘’

신용사면은 원래 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가 106만 명을 구제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정권마다 위기 때마다 사면을 단행했고, 규모는 점점 커졌다.

이명박 정부: 49만 명(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박근혜 정부: 58만 명(2013년)

문재인 정부: 228만 명(코로나19 대응)

윤석열 정부: 286만 명(2024년)

현 정부는 올해 말까지 5000만 원 이하 채무자 324만 명을 대상으로 상환 시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까지 추진 중이다. 총 437만 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돼 역대 최대 규모다.

■ 금융권 우려와 대책 필요성

금융권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무분별한 사면이 되풀이될 경우 재연체율 상승 → 금융권 손실 확대 → 성실 상환자 부담 전가라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이양수 의원은 “정부는 포퓰리즘식 전면 사면을 지양하고, 재기 의지가 있는 사람을 선별 지원해야 한다”며 금융 교육과 맞춤형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