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골자가 공개되자 산업계, 특히 불황을 겪는 건설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핵심은 연간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3명 이상 발생한 법인에 대해 영업이익의 최대 5% 과징금을 부과하고, 영업이익 산정이 어려운 공공기관 등은 하한 30억 원을 적용하는 강력 제재다. 정부는 “산업안전은 법인 전체의 책임”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지만, 업계는 과잉금지 위반(비례성 원칙 침해) 가능성과 연쇄부도를 동시에 우려한다.

▲무엇이 달라지나

·과징금 상향: 당초 거론되던 ‘영업이익 3%’보다 더 높은 5% 상한.

·차등 부과·심사체계: 사망자 수·사고 빈도에 따라 과징금 차등, 과징금 심사위원회 신설.

·대체 법경로 전환: 국회 논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영업정지·매출 3% 과징금 가능)보다 개정 속도가 빠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으로 방향을 틀며 시행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

▲업계의 즉각 반응과 구조적 고민

·자금 경색 심화: 올해만 중견 건설사 10여 곳 이상 부도가 발생한 가운데, 영업정지·등록 말소까지 현실화되면 협력사→자재·장비업체→지역 일자리로 이어지는 도미노 리스크가 커진다는 지적.

·현장 요인 복합성: 다단계 하도급, 고령·이주노동자 비중 확대, 공기 단축 관행 등 구조적 산재 유발 요인을 병행 개선하지 않으면 규제 중심 처방만으로는 사고 감소에 한계라는 반론.


▲법적 쟁점: ‘과징금의 성격’과 비례성

·과징금 본질 논쟁: 일반적으로 과징금은 부당 이익 환수 성격이 강한데, 산재는 ‘이익’이 아니라 ‘손실’과 직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제재 목적과 수단의 합리성이 쟁점.

·비례성 원칙: 영업이익 5%는 기업 존속과 대규모 고용에 영향이 큰 수준이라는 점에서, 위헌 소지 판단을 부를 가능성. 다만 사망사고 다발 법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책 효과와 부작용을 가르는 관건

1. 시행 속도·유예기간

준비 기간 없이 ‘즉시 시행’에 가깝다면 현장 대응 역량 부족→혼란이 불가피.

단계적 적용·시범사업으로 현장 가이드라인과 판단기준(중대성·회피가능성·관리역량)을 명확히 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다.

2. 평가·심사 기준의 예측가능성

과징금 산정 공식(모형), 감면 사유(자체점검·스마트안전투자·협력사 안전비 반영 등), 반복 위반 가중 기준을 사전에 공개해야 투자·조달·입찰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3. 현장 안전투자 ‘실비 정산’과 원도급의 책임 설계

하도급 단계에서 안전비용이 실제 집행·정산되도록 표준하도급계약서와 발주처 공사비 산정기준을 연동.

원도급의 관리책임과 발주·설계 단계의 안전 반영(디자인 포 세이프티)을 제도화하면 형벌·과징금 중심의 사후제재를 사전예방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

4. 데이터·기술 기반 상시 모니터링

스마트 안전(추락·협착 센서, 접근제한, 영상 AI, 근로자 웨어러블, 디지털 트윈) 도입을 과징금 감면요건과 연계하면 민간 투자 촉진이 가능.

사고 직전 패턴(근로자 이동·장비 가동·기상·피로도)을 학습하는 리스크 스코어링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방안 검토.

▲기자의 관점: “징벌에서 ‘예방·유인’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강력한 제재는 최후수단으로서 필요하다. 그러나 건설현장의 산재는 ‘구조적 리스크’와 ‘가격 경쟁’이 얽혀 발생한다. 설계·발주 단계에서 안전 여유를 반영하고, 하도급 안전비 실집행을 강제하며, 스마트 안전 투자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세액공제·공공입찰 가점·보험료 할인)를 제도화할 때 비로소 사고 감소의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 규제만 올리면 보험료·조달가 상승→민간 발주 위축→일감 급감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강한 제재 + 예측 가능한 감면 + 구조 개선’의 삼박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