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식포럼에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리더들이 한국을 미래 핵심 파트너로 꼽으며, 인공지능(AI)이 신약 개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인류가 발견한 질병은 약 1만여 개에 달하지만, 승인된 치료법은 500여 개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 95%에 이른다. 문제는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15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비용은 1998년 대비 15배나 늘어나 약 25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AI의 등장은 판도를 바꾸고 있다. AI는 매일 3천 편 넘게 발표되는 생의학 논문을 분석해 연구자의 판단을 보조하고, 임상시험 단계에서 실패 확률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업계는 향후 수년 내에 전체 신약 중 30% 이상이 AI 기반으로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일라이 릴리 관계자는 비만을 단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200여 가지 동반질환을 유발하는 만성질환으로 규정하며, 글로벌 차원의 공동 대응 전략을 촉구했다. 실제로 비만 치료제는 향후 제약·바이오 시장의 가장 큰 성장축으로 꼽히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연구개발(R&D)부터 임상, 허가, 제조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로드맵으로 통합해 속도를 높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신약이 환자에게 빠르게 전달되도록 하는 핵심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 의료 인프라, 데이터 접근성, IT 인재 측면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제약사의 “가장 매력적인 협력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 데이터 표준화와 규제 샌드박스 확대, 연기금·병원 네트워크와의 협력 강화가 향후 한국 바이오 산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리하면, AI는 ‘신약을 직접 만들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실패 확률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에 자원을 집중하도록 돕는 혁신 시스템이다. 글로벌 빅파마와 K-바이오가 손잡을수록 아직 치료제가 없는 95%의 질환을 공략할 기회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