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과 예금담보대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일반 신용대출이 위축된 반면, 기존 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과 규제 대상에서 자유로운 예금담보대출이 ‘풍선효과’의 출구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마이너스통장, 한도 소진율 연중 최고치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8월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8조8천억 원 수준으로 전월 대비 4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특히 전체 약정 한도 대비 실제 사용액 비중이 43.9%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일부 은행은 소진율이 60%를 넘겼다.
반면 일반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3천억 원 이상 줄어 감소세가 이어졌다. 차주의 연 소득을 초과하는 신규 대출을 제한하는 규제가 본격화된 영향이다.
▲풍선효과, 예금담보대출도 확대
대출 규제를 피해 상대적으로 제약이 덜한 예금담보대출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 기준 올해 초 6조 원에 못 미쳤던 잔액은 6·27 대책 이후 석 달 연속 6조 원을 웃돌며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규제 환경이 강화될수록 차주들이 기존 마이너스통장을 적극 활용하거나 예금담보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앞으로도 한도 대비 실제 인출액 비중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시사점
결국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자금 수요는 제도 밖의 영역으로 몰리고 있다. 마이너스통장과 예금담보대출의 증가는 단기적 자금 조달의 숨통을 트이게 하지만, 차주의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채 건전성 관리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