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 한국GM, 조선업계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 현장에서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이를 두고 “해마다 반복되는 임단협 과정일 뿐”이라며, 개정 노조법 2·3조(일명 ‘노란봉투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와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정부의 설명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무엇보다 노동쟁의의 의제와 강도가 달라졌다. 과거 임금·근로시간 중심의 교섭에서 이제는 정비센터 매각 철회, 구조조정 공동대응 결의 등 경영상 의사결정까지 협상의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 노조 요구가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 직결되면서, 분쟁의 성격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이를 단순히 “예년과 비슷하다”는 논리로 설명하는 것은 현장과의 괴리를 키우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정부의 태도 또한 문제다. 주무부처는 마치 노조의 입장을 방패 삼듯 ‘노란봉투법과 무관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러나 국민이 바라는 것은 단순한 책임 회피가 아니라, 법 개정이 현장에 어떤 파급을 미쳤는지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이다.
노조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개정법을 근거로 교섭 범위를 확장하려는 시도는 일견 정당할 수 있으나, 무분별한 요구가 반복된다면 산업 경쟁력을 잠식하고 결국 일자리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은 교섭력을 행사하는 것만큼이나,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 데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편파적 옹호도, 단순 비난도 아닌 중재 인프라다. 노동쟁의의 의제와 범위를 명확히 가르는 가이드라인, 분쟁 유형·조정 성공률 같은 데이터의 공개, 그리고 원·하청을 동시에 아우르는 조정 메커니즘이 뒷받침돼야 한다.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갈등의 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우리 사회 노동관계의 큰 변곡점이다. 정부가 “법과 무관하다”는 말로만 일관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균형 잡힌 해법을 내놓는 책임 있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