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자, 재계는 일률적 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이 현장에 더 적합하다고 맞서고 있다. 고령 인력 활용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높은 인건비와 고용 경직성으로 인해 기업들은 보다 유연한 해법을 원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기업 1,100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6곳(61%)이 60세 이상 인력 고용 방식으로 ‘재고용’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재고용이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와 기존 고용 관계를 종료한 뒤, 새로운 계약을 맺어 다시 채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응답 기업 절반 이상은 재고용자의 임금을 퇴직 전 임금의 70~80%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또 85% 가까운 기업이 업무 성과와 결격 사유 여부를 평가해 선별적으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모든 희망자를 재고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기업들은 고령 인력 활용 확대를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은 기업들이 세제 혜택(47.7%)과 인건비 지원(46.3%)을 정책적 보완책으로 꼽았다.

문제는 제도 정비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응답 기업의 61%는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에도 임금체계를 개편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도 절반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고령 인력을 계속 활용하려면 임금 연공성을 줄이고, 기업이 선별적으로 채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정부가 인건비 부담을 분담하는 실효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지만, 기업의 현실을 반영한 재고용 중심 모델과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지속 가능성이 담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