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9시간 이상 수면은 심장병·뇌졸중·우울증 등 질병 위험을 높인다’는 경고가 상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신 연구 결과, 과도한 수면 시간 자체가 건강을 해친다는 결론은 통계적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원인은 참가자들의 자가 보고(self-report) 방식이다. 기존 연구들은 설문을 통해 “자신이 몇 시간 잤는지”를 물었지만, 실제 수면 시간과 차이가 컸다. 국제 학술지 『Health Data Science』에 실린 연구에서는 피트니스 트래커를 일주일간 착용한 8만 8,461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7년간 추적했다. 그 결과 “밤에 8시간 이상 잔다”고 답한 사람 중 22%가 실제로는 6시간 이하만 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가짜 장수면자’들이 기존 분석에서 장시간 수면 그룹에 속하며 질병 발생률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객관적 수면 측정값을 기준으로 재분류 후에는 장시간 수면자의 심혈관 질환·조기 사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지 않았다. 반면, 수면 리듬의 불규칙성은 분명한 위험인자로 지목됐다. 자정 이후 취침, 하루 일과 시간대의 지나친 변동성, 수면 중 빈번한 각성 등이 제2형 당뇨병·파킨슨병·급성 신부전·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 다양한 질환 발생률을 20~37%가량 높였다.

연구진은 “좋은 수면을 단순히 양(時間)으로만 정의하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하며, 규칙적인 취침·기상 시간과 깊은 수면 유지가 건강 관리를 위한 더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한다. 일상에서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으로 수면 리듬을 안정시키는 것이 수면의 질을 결정짓는 열쇠임을 이번 연구가 분명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