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구조조정 및 대규모 감원 계획을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인해 수만 명의 연방직 공무원이 즉각적인 일자리 위협에 직면할 수 있게 됐다.

8일(현지시간) 미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발령한 대규모 감원 명령(이른바 ‘감원 행정명령’)을 일시 정지시켰던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본안 심리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연방정부 부처 전반에서 즉시 구조조정 작업을 재개할 수 있게 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미국 보건복지부(HHS), 퇴역군인부(VA), 농무부, 재무부 등 20개 이상 주요 부처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11일 엘론 머스크 등 지지자들과 함께 백악관에서 해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명령은 연방기관들에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인력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것을 지시하고 있었다.

이에 맞서 연방 최대 공무원 노조인 AFGE(미국정부직원연맹)는 “의회 승인 없이 대규모 감원은 위헌”이라며 캘리포니아 연방 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방법원은 지난 5월 노조 측 손을 들어주며 감원 계획을 일시 중단시켰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결정문에서 “행정부의 주장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급심의 중단 명령을 해제했다. 이로써 연방기관들은 사실상 즉시 인력감축 작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미 준비돼 있던 부처별 감원계획이 재가동될 것”이라며 “일부 기관은 이미 조기퇴직 권고, 인력매입(buyout)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보건복지부는 4월 초 1만 명 감원 절차를 공지했고, 퇴역군인부는 올해 들어서만 1만7000명이 자발 퇴직했으며 연말까지 추가로 1만2000명이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판 여론도 거세다. AFGE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민주주의 원칙에 심각한 위협이자 국민이 의존하는 핵심 서비스를 위험에 빠뜨리는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이어진다. 뉴욕대 피터 셰인 교수는 “대규모 감축을 통해 대통령이 사실상 의회의 견제권을 우회하는 결과가 된다”며 “행정부 권한 집중의 위험한 전례”라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해리티지재단 법률연구원 한스 본 스파콥스키는 “연방정부가 감원을 해온 전통을 고려하면 이번 명령이 그리 이례적인 것도 아니며,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최종 판단이 아닌 가처분 해제 성격으로, 본안 소송은 앞으로 계속된다. 그러나 일단 감원작업이 재개되는 만큼 연방공무원 사회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의 현실화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