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 ‘매물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KFC코리아, 피자헛, 버거킹 같은 굵직한 글로벌 브랜드부터 국내 인기 브랜드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사겠다는 곳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F&B(식음료) 산업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한때 ‘핫’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모펀드들은 비교적 저평가된 외식 브랜드를 사들여 체질을 개선하고 가치를 끌어올린 뒤 비싼 값에 되파는 전략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 공차, 투썸플레이스, 컴포즈커피 등은 이런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싸늘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첫째 이유는 소비 위축이다. 팬데믹이 남긴 상처, 경기침체, 물가 급등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은 외식비를 아끼고 있다. 외식업계 매출이 전반적으로 쪼그라든 탓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 사서 키울 수 있겠나?” 하는 의문이 커졌다.

둘째는 산업 자체의 불안정성이다. 외식 트렌드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한때 전국을 뒤덮던 초콜릿 음료, 탕후루 열풍처럼 유행은 빠르게 달아오르고 금세 식는다. M&A로 브랜드를 사들이더라도 3~5년 뒤 되팔 때쯤이면 인기가 꺾여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셋째는 인구 구조의 벽이다. 한국 내수 시장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인다. 출산율 저하로 장기적인 외식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처럼 점포 수를 늘려 매출을 키우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았다.

넷째는 규제 리스크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가맹점주 보호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불공정 계약을 강요할 경우 제재를 받는 환경이 강화되면서, 프랜차이즈 본사의 부담이 커졌다.

이런 상황이 겹치며 사모펀드들은 ‘지금이 매각 적기’라며 서둘러 엑시트(Exit)에 나서고 있다. 경기 사이클이 더 꺾이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하자는 심리다. 문제는 사겠다는 쪽의 시선이 전혀 달라졌다는 것이다. 매물은 쏟아지는데 인수에 나서는 전략적 투자자나 경쟁사는 드물다.

물론 움직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더본코리아처럼 “적당한 매물이 있으면 인수할 것”이라며 기회를 엿보는 곳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정도 침체 국면에선 몸값을 확 낮추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매각 한파가 일시적인 경기부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본다. 외식업의 구조적 성장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업계 전반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앞으로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브랜드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