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를 낀 매매, 이른바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내놓았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빨리 ‘우회로’를 찾아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나 중개업계 일선에서는 새로운 편법 매수 방식이 공유되고 있다. 핵심은 규제를 정면 돌파하지 않고 ‘비껴가는’ 전략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발표한 대책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했다. 그동안 갭투자는 “세입자 전세대출이 집주인 잔금” 구조였다. 세입자가 대출로 전세금을 마련해주면 새 매수인은 자기 돈은 적게 들이고 주택을 소유했다. 이를 차단하려고 전세대출이 소유권 이전 시점에 동시에 이뤄지는 걸 막은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곧바로 ‘이중계약’ 방식이 확산됐다. 기존 집주인이 먼저 전세 세입자를 들인 뒤, 그 전세를 낀 상태로 새 매수인에게 매매를 넘기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매수인은 규제의 핵심인 ‘동시 이전 조건부 대출’을 피해, 전세금을 뺀 나머지만 현금으로 마련하면 된다. 물론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 계약과 매매 계약을 따로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매수인이 중개비나 ‘수고비’를 더 얹어주는 식으로 거래가 조율된다.

또 다른 허점도 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시 의무 전입 기한이 6개월로 제한되면서 “6개월만 살면 바로 임대 놓으면 되지 않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행 규제에는 ‘의무 거주 기간’이 명시되지 않아 전입신고 후 짧게 거주한 뒤 다시 임대 전환하는 편법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경매시장도 규제의 사각지대다. 매매사업자로 등록하면 경락잔금대출을 받아 낙찰을 받더라도 실거주 의무가 없고 단기 매매도 가능하다. 개인이 법인을 설립해 매매사업자 자격을 얻고 대출을 받으면 기존의 6억원 한도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모든 편법의 공통점은 규제의 논리와 의도를 회피하지만 법적으로는 막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수록 시장은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낸다. 정책은 규제와 인센티브의 균형이어야 하지만, 규제가 과하게 단편적이면 오히려 시장의 창의적(?) 설계가 활발해진다.


특히 이번 규제는 ‘갭투자 전면 차단’이 아니라 전세대출의 특정 구조를 끊겠다는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투자 수요자들이 전세를 낀 매물을 승계하거나 기존 세입자를 통해 매수자금 부담을 줄이는 편법을 여전히 설계할 수 있다. 게다가 갭투자 수요가 늘면, 전세가격 안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며 세입자 보호도 병행한다고 했지만, 대출이 막히면 결국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기 어려워지는 상황도 우려된다.

부동산 정책에서 진정한 해법은 ‘규제의 촘촘함’이 아니라 ‘시장 구조의 건강성’이다. 공급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면 공급을 늘리고, 전세 사기와 갭투자 문제라면 임대차 시장의 정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투자 과열을 막으면서도 무주택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면, 규제의 허점을 메우는 디테일과 함께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규제의 빈틈을 노리는 다양한 편법들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고 있는 현실은, 정책의 설계가 얼마나 정밀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