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먹거리 물가 안정”을 전면에 내걸었다. 7~8월 사이 라면, 빵, 커피, 음료, 김치, 아이스크림 등 주요 가공식품 가격을 최대 절반까지 할인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도한 이번 대책은 기업과 유통업계가 자발적으로 할인행사를 확대하도록 이끌어 소비자 체감 물가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라면과 커피는 특히 국민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적 ‘서민 간식’이자 외식 대체재. 최근 수년간 원자재, 인건비, 물류비가 급등하면서 가격인상이 누적됐고, 시민 불만도 높아졌다.
실제 통계청 자료를 보면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전체 물가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르게 올랐다. 특히 커피, 초콜릿, 김치 등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어 가격인하 협력을 요청했고, 라면업계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10~40%대 할인행사를 시작했다. 오뚜기, 농심, 팔도 등 메이저 브랜드가 1+1, 2+1 행사도 예고했다.
빵업계에서는 SPC가 식빵, 호떡, 샌드위치 등 다양한 품목을 최대 50%까지 할인하거나 증정행사를 연다. 김치는 CJ제일제당, 대상 등이 온라인몰과 홈쇼핑을 포함해 대대적 할인에 동참한다. 커피, 음료, 아이스크림도 빙그레, 롯데웰푸드, 동서식품 등이 20~50% 할인이나 1+1을 내세웠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외에도 자체 할인이나 제휴 프로모션이 잇따를 전망이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일견 환영받을 만하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서민 부담을 줄여주고, 장바구니 물가 불안심리를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할인 행사가 끝나면 가격은 또 오르지 않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할인은 정부가 기업의 자율 참여를 유도한 형태다. 즉,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직접 지원하거나 가격통제를 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재고소진이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노리는 ‘마케팅’적 성격이 강하다. 할인폭도 매장별·브랜드별로 달라 체감 효과는 소비자마다 차이가 클 수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수요 진작 효과다.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지만, 이는 오히려 원재료 수입이나 생산량 압박을 부를 수도 있다. 팜유, 설탕, 코코아, 커피 등 일부 원재료는 여전히 국제 시세가 높은 편이다. 할인행사가 일시적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면, 이후 가격 인상 요인이 다시 쌓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를 의식해, 할인행사 효과와 소비자 반응을 점검한 뒤 8월 추가 할인계획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기업의 원가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할당관세 확대, 원료구매자금 지원, 부가세 면세 연장 등 정책적 뒷받침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번 할인 대책은 물가 상승기의 단기적 완화책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게 좋다”면서도 “이게 계속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함께 남는다. 진정한 해법은 기업의 생산비 절감, 공급망 안정화, 합리적 유통 경쟁구조 등 구조적 혁신에서 나와야 한다. 정부와 업계 모두 ‘할인’이라는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서 물가 안정의 지속가능한 해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