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폭우와 사고 예방을 위해 추진 중인 맨홀 추락방지시설 설치 사업이, 겉으로는 ‘목표 달성’이지만 실제로는 시민 체감 안전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의 최근 자료를 보면, 시는 약 28만8000개에 이르는 전체 맨홀 중 ‘우선관리대상’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추락방지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이 우선대상은 하수도 용량, 침수 위험, 유동 인구, 도심 집중도 등을 반영해 위험도가 높은 5만3000여 개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2022년부터 연차별 계획을 세워, 2023년까지 우선대상 설치 목표를 100% 달성했다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실제 설치 완료 비율은 지난달 말 기준 우선대상 73.6% 수준이었다. 특히 이를 전체 맨홀 수 대비로 환산하면 약 13.7%에 불과하다. 즉 위험성이 높은 일부를 선별해 집중한 전략이지만, 대다수 맨홀은 여전히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다.

자치구별 편차도 크다. 강남구는 서울에서 맨홀이 가장 많은 지역이지만, 그 중 20%만 우선대상으로 지정됐다. 종로구는 30%가량을 지정했으나 설치 완료율은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일부 자치구는 우선대상 설치율이 50% 이하인 곳도 있어 실질적인 안전망이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문제는 2022년 8월 서울 집중호우 당시 서초구에서 발생한 참사로 특히 주목받았다. 당시 폭우에 열린 맨홀로 남매가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시민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정부는 사고 이후 하수도 설계기준을 개정해 새로 시공하거나 정비하는 맨홀에는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이미 깔려 있는 기존 맨홀은 법적 의무가 없어 사실상 지자체 재량과 예산에 달려 있다.

서울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서울시가 우선대상 설치 계획을 달성했다는 발표가 시민들에겐 마치 전체가 안전해진 듯한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비판하며, 보다 현실적이고 촘촘한 안전계획의 재설계를 주문하고 있다. 특히 평균 이하 설치율을 보이는 자치구에 대한 특별 점검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맨홀 추락방지 대책은 단순히 설치 목표 달성 수치를 채우는 것을 넘어서, 서울 전역의 위험도를 재평가하고, 예산과 행정 역량을 보다 균형 있게 배분해 실질적 시민 안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