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시즌이 다가오며 유럽 전역의 인기 관광지들이 또 한 번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발표된 Which? Travel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관광객 밀도가 높은 지역은 유명 대도시가 아닌, 비교적 소규모의 리조트 지역이었다.
그리스의 자킨토스(Zakynthos)는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거주자 1인당 150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이 섬은 겉보기엔 그림 같은 지중해 휴양지이지만, 실제로는 주거난, 교통 혼잡, 환경오염 등 다양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한 자킨토스 주민은 현지 언론 *네오스 코스모스(Neos Kosmos)*와의 인터뷰에서 "관광을 반기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 규모는 지역사회에 큰 부담"이라며 "렌트는 치솟고, 여름엔 도로는 항상 정체며, 공공 서비스는 한계에 부딪힌다"고 토로했다.
유럽의 ‘숨은 보석’도 관광객 폭증…크로아티아 이스트라
두 번째로 높은 관광객 비율을 기록한 곳은 크로아티아 이스트라(Istria). 주민 1,000명당 13만 3천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전히 '크로아티아의 숨은 명소'로 불릴 정도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명성이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대된 셈이다.
주민 시위에도 계속되는 관광 붐…카나리아 제도 푸에르테벤투라
세 번째는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 지난해 수차례의 반관광 시위에도 불구하고, 올해 3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155만 명의 외국인이 섬을 방문했다. 주민 1인당 120명 꼴로 관광객이 몰리는 셈이다.
현지 주민들은 생활비 급등과 주택난,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대규모 관광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경제가 관광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당국은 여전히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파리, 아테네, 코펜하겐…도시 밀도도 역대급
면적 대비 관광객 밀도로 보면 대도시가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한다.
파리: 제곱킬로미터당 41만 명
아테네: 8만 8천 명
코펜하겐: 6만 3천 명
이들 도시는 이미 관광객 통제 시스템을 도입 중이지만, 여전히 관광객 집중 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유럽 내 ‘비혼잡 지역’도 눈길
흥미로운 점은, 유럽 내 일부 지역은 여전히 관광객 발길이 드문 곳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불가리아 타르고비슈테(Targovishte): 주민 1인당 관광객 332명
폴란드 류브니크(Rybnik): 351명
이탈리아 베네벤토(Benevento): 398명
면적당 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으로는 노르웨이 북극권의 **얀마옌(Jan Mayen)**이 0명으로 기록됐다. 이 지역은 군사 기지와 기상 관측소 외엔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다.
전문가 조언: “덜 유명한 곳에서 더 나은 여행을”
Which? Travel 편집장 로리 볼랜드(Rory Boland)는 “관광객 수가 현지 인구를 수백 배 초과하는 지역은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기 어려운 곳”이라며 “유럽에는 덜 붐비면서도 매력적인 목적지가 수없이 많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