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면전 발발 이후 3년 만에 공식적으로 다시 마주 앉았지만, 양측의 깊은 입장 차이만 재확인한 채 회담은 90분 만에 종료됐다.
이날 협상은 튀르키예 외무장관 하칸 피단의 중재로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진행됐으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이루어졌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의미 있는 결과물은 전혀 도출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현재 통제 중인 광범위한 영토에서 군을 철수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며 즉각 반발했다. 한 고위 외교 관계자는 “러시아는 처음부터 협상 타결을 의도하지 않았고, 실현 불가능한 조건만 제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회담 이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이며, 이번 협상이 사실상 ‘형식적인 만남’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회담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년여 만의 최고위급 공식 협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큰 데다, 전장 상황이 여전히 유동적인 만큼, 실질적 평화 협상으로 이어지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편,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회담 직전 이스탄불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비공식 접촉을 가졌으나, 협상장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출국에 앞서 “이번 회동에서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은 낮다”며 “현 시점에서 외교적 해결책은 오직 트럼프 대통령만이 제시할 수 있다”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회담은 오히려 양측의 갈등의 깊이와 외교적 해법의 한계를 드러낸 자리였다. 국제사회는 다시금 중재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과제 앞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