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어떻게 끝날까? 그리고 그 ‘최후의 순간’은 언제일까?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네덜란드 라트보우드 대학교의 이노 팔케(Heino Falcke) 박사팀이 새롭게 계산한 결과, 우주의 종말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설이 제시됐다. 물론 여기서의 ‘빠르다’는 개념은 어디까지나 우주적 시간척도에 국한된 이야기다.
기존 예측보다 10의 22승 년 ‘빨라진’ 우주의 종말
이번 연구는 2025년 5월 12일 Journal of Cosmology and Astroparticle Physics에 게재됐으며, 팔케 박사팀은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 등 우주에서 가장 오래 남을 천체들이 어떻게 서서히 소멸하는지를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의 완전한 소멸 시점이 약 10의 78제곱 년 후로 추산됐다. 이는 2023년 발표된 10의 1,100제곱 년보다 무려 10의 22제곱 년 빠른 수치다.
호킹 복사, 블랙홀뿐 아니라 모든 밀도 높은 천체에 적용?
핵심은 바로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 이론의 확장에 있다. 스티븐 호킹이 1970년대에 제안한 이 이론은 블랙홀이 양자 요동에 의해 서서히 증발해 사라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팔케 박사팀은 이 개념을 블랙홀 외의 다른 천체에도 적용했다.
중력장이 극도로 강한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 그리고 블랙홀은 모두 시공간의 곡률(curvature)을 만들어낸다. 이 곡률은 극단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에너지를 방출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모든 물질이 소멸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블랙홀이 더 오래 남는 이유? "자기 복사 흡수 때문"
흥미롭게도, 중성자별과 블랙홀은 비슷한 시점에 사라지는 것으로 계산됐지만, 블랙홀이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공동 연구자인 미하엘 원드락(Michael Wondrak) 박사는 “블랙홀은 표면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일부 복사 에너지를 스스로 흡수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무엇을 의미로 삼아야 할까?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우주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그 답은 아마도 별이 아직 빛나는 지금,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있을지 모른다.
📌 핵심 요약
우주의 종말 시점, 기존 예측보다 수십 제곱배 단축
백색왜성과 중성자별, 블랙홀까지 결국 ‘증발’
호킹 복사의 확장 적용: 곡률이 곧 소멸의 조건
영원한 것은 없지만, 질문하는 지금이 더 소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