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다 타버렸는데, 주민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산불이 불러온 건 재난만이 아니었습니다. 지원금을 노린 전입신고, 그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경북 영덕. 지난달 발생한 대형 산불로 1500채 넘는 주택이 소실되고,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마을에 이상한 통계 변화가 감지됐다. 전입신고 인구가 급증한 것.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재와 싸우고 있지만, 재난지원금 30만 원이 주는 '기회'에 누군가는 움직였다.
🔥 산불 직후, 인구는 늘었다?
산불 피해 직후였던 3월 말, 영덕군 A읍의 전입자 수는 일주일 새 36명 증가했다. 평소 관외 전입이 거의 없던 지역에서 갑작스럽게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이상 징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원금 지급 기준일로 설정된 3월 28일 전후, 전입신고가 집중적으로 몰렸다. 인터넷 신청도 다수였고, 이미 주택이 전소된 주소지를 전입지로 기재한 사례도 확인됐다.
안동과 의성 등 인근 산불 피해 지역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5개월, 심지어 17개월 만에 인구가 반등한 읍면도 있었다.
💸 지원금 30만 원…‘기회’로 본 이들의 움직임
재난지원금은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해당 지역 주민 전체에게 1인당 30만 원이 지급된다. 재난 상황에서의 긴급복구와 지역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이 제도를 ‘사람이 적은 시골 마을이라면 들키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누군가들이 악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보통 1년에 인터넷 전입신고가 한두 건도 안 들어오는데, 이날은 오전에만 3건이 들어왔습니다.”
한 면사무소 직원은 말끝을 흐렸다.
🚨 전입 꼼수, 처벌받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즉각 해당 지자체에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전입신고의 진위 여부를 가리고, 허위로 판단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관할 공무원들은 “일일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조차 인력난 속에 벅차다”며 난감함을 토로한다.
🤔 문제는 제도, 그리고 빈틈
이 사태의 본질은 한 개인의 양심만이 아니다.
정책 설계 시 ‘위장 전입’ 방지장치 부재
전산 기반의 확인 시스템 미비
인구가 적은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지원 정책
즉, 시스템의 빈틈을 악용한 사례이자, 재난 행정의 신뢰를 뒤흔들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이다.
🧭 ‘지원’은 선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원정책은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재난 지원 풍선효과’는 정책 신뢰를 떨어뜨리고, 정작 진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다.
한 지역 주민은 말했다.
“우린 진짜 다 잃었어요. 그런데 누가 주소만 옮기고 지원금을 받는다니, 더 참담해요.”
📌 결론: 돈 앞에서 무너지는 연대, 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
‘산불 전입 러시’는 단순한 꼼수를 넘어, 현행 재난 지원 시스템의 맹점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속보다 더 근본적인 것, 바로 제도 설계의 정교화다.
정말 필요한 이들이 먼저 혜택받는 사회, 그 시작은 공정한 행정 시스템에서 비롯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