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Larry Fink)가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미국이 재정 적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고 비트코인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경고해 금융권과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핑크 CEO의 이번 발언은 미국의 장기적인 부채 구조와 통화 신뢰도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그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의 지위를 넘어서 세계 금융질서 재편의 중심축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 이후, 정치권에서도 구체적인 대응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시너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상원의원은 ‘BITCOIN 법안’을 도입하자고 제안하며, 미국 정부가 100만 개의 비트코인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약 700억 달러(약 93조 원)에 이르는 규모다.
또한 민간 연구기관인 비트코인 정책연구소(Bitcoin Policy Institute)는 미국이 ‘비트 본드(Bit Bonds)’라는 새로운 국채 형태를 통해 2천억 달러(약 267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할 수 있는 정책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이는 기존 금융시스템에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들은 현재로서는 법안 통과나 정책화로 이어질 구체적인 조짐은 없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은 상징적인 논의 수준이며, 실질적인 정책 변화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의 재정 정책과 암호화폐 수용 여부가 향후 10년간 달러의 위상과 비트코인의 역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