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수익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법정 출연금과 각종 부담금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시행될 경우, 4대 시중은행이 감내해야 할 연간 비용 부담은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은 최근 해당 제도가 적용될 경우를 가정한 내부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은행별로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수익 감소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손실은 일회성 비용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감소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과거 대형 금융사고로 인해 발생했던 대규모 과징금 수준의 충격이 상시화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자본 여력과 건전성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치권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리 산정의 투명성을 이유로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 현장에서는 정책 취지와 달리 중소기업 대출이나 취약계층 금융 지원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의 수익 기반이 약화되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영역에 대한 금융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익성 저하는 대표적인 경영 지표에도 영향을 준다. 순이자마진 하락과 함께 보통주자본비율이 낮아질 경우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 전반의 보수적인 경영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금융소비자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금리에 직접 반영하지 못한 비용은 우대금리 축소, 대출 심사 강화, 카드 수수료 조정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전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체감상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규제 강화가 오히려 금융 공급 여력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의 균형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은행법 개정 논의는 단순한 금리 규제를 넘어, 금융을 공공 규제 대상으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경제 전반을 지탱하는 인프라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금융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 가능성이 향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