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와 전세가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전월세 거래의 65.3%가 월세로 집계되며, 사실상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2021년 43% 수준이었던 월세 비중이 불과 4년 만에 20%p 넘게 증가한 수치다. 전세 거래는 8만여 건으로 전월 대비 10.3% 늘었지만, 월세 거래는 15만 건을 넘어 6.7% 증가하며 전체 거래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전세 수요가 급감한 이유는 대출 규제 강화와 전세 사기 여파로 목돈 부담을 꺼리는 세입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로 전환하는 계약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시대가 저물고, 월세 중심의 구조가 자리 잡는 전환점”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지방 모두 거래 회복세

한편 주택 매매시장도 회복 기미를 보였다. 9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6만3365건으로 전월 대비 37% 증가했다. 수도권은 44.4%, 지방은 30.5% 늘었으며, 서울은 1만995건으로 50.8% 급증했다.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는 30.2% 늘어난 1909건을 기록했다. 아파트 거래만 놓고 보면 전국적으로 4만9665건으로 42.4% 증가했으며,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무려 63.6%나 뛰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 직후 위축됐던 매매 심리가 완화되면서,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 수요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지표 개선, 미분양은 여전히 지방에 집중

주택 공급 관련 지표도 개선세를 보였다. 9월 주택 인허가는 4만6575가구로 전월 대비 171.2% 급증했다. 착공은 2만9936가구로 83.6%, 분양은 2만2911가구로 37.3% 증가했다.

준공 물량 역시 2만2117가구로 10.5% 늘었지만, 수도권은 22.4% 감소한 반면 지방은 46.5% 증가해 지역별 차이가 컸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7248가구로 전월 대비 1.2% 감소했다. 다만 전체 미분양 6만6762가구 중 84% 이상이 지방에 집중돼 있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3669가구로 가장 많고, 이어 경남(3311가구), 경북(2949가구), 부산(2749가구), 전남(2122가구) 순이었다.


▲전세의 월세화,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까

전세 거래 감소와 월세 확산은 세입자들의 부담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월세는 초기 보증금 부담을 줄여주지만, 매달 고정비 형태의 지출이 늘어나 가계의 현금흐름을 악화시킨다.

특히 청년층과 은퇴세대는 월세 전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청년층은 월세 납부 부담으로 저축 여력이 줄고, 은퇴세대는 고정수입 없이 지속적인 지출이 늘어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의 약화는 단순한 거래 변화가 아니라 가계 구조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전세 복원이 아니라 월세 시대에 맞는 임대료 안정화와 세입자 보호가 핵심 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 방향, ‘전세 부활’ 아닌 ‘월세 안정화’로 전환해야

정부는 이미 세입자 지원 중심의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검토 중이다. 월세 세액공제 확대, 청년 월세지원금 제도 강화,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연계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의 구조적 회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제는 월세 시대에 맞춘 금융·세제·공공정책의 리디자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2025년은 ‘전세의 종말’과 ‘월세의 일상화’를 상징하는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주거시장은 지금,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