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대규모 인공지능(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중동 지역과의 기술 협력을 본격화한다. 미국 CNBC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사우디 현지 기업 ‘휴메인(Humain)’에 자사 최신 AI 칩인 ‘GB300 블랙웰(Blackwell)’을 1만8000개 이상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계약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직접 발표하며 공식화됐다.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일정과 맞물려 공개돼, 정치적 메시지를 동반한 경제 외교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계약에 따라 블랙웰 칩은 사우디가 건립 예정인 500메가와트(MW)급 AI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에 탑재될 예정이다. 젠슨 황 CEO는 “사우디는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AI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으며,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AI 공장 수준의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일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중심으로 편중된 고객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 단위 AI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우디와의 협력은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번 계약의 상대방인 휴메인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최근 설립한 AI 전문 기업으로, 아랍어 기반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을 포함한 광범위한 AI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휴메인 측은 2030년까지 총 1.9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5.63% 상승, 올해 최고 수준에 근접한 종가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는 주가가 13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AI 칩 수출 확대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한편, AMD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사우디와 미국을 잇는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AMD의 반도체 및 관련 소프트웨어가 투입되며, 총 규모는 약 **10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외신은 “전 세계가 첨단 AI 모델을 학습하고 운용하기 위해 최신 칩을 확보하려 경쟁하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칩이 미국의 외교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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