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신촌 일대 대학가의 월세와 상권 상황이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월세가 천정부지로 오른다는 소식이 있는 반면, 공실률이 증가해 상권이 침체하고 있다는 상반된 보도가 이어지면서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 현상의 배경과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본다.
월세 상승의 배경
대학가에서 일부 월세가 상승한 것은 특정한 요인에 기인한다. 우선, 역세권에 위치하거나 신축 건물, 풀옵션 원룸과 같은 인기 주거 시설은 여전히 수요가 높아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개강 시즌이 다가오면서 단기적으로 수요가 몰리며 월세가 오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최근 건축 자재비 상승,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임대인들의 비용 부담 증가 역시 임대료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대인들이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로 인해, 일부 인기 지역에서는 월세 인상이 체감되는 것이다.
공실률 증가와 상권 침체
반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에 따르면, 신촌·이대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3년 1분기 6.93%에서 2023년 4분기 12.9%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기대했지만, 소비 패턴 변화와 경기 침체로 인해 오프라인 상권의 회복이 더뎠기 때문이다.
특히, 배달 플랫폼 확산과 온라인 소비 강화로 인해 과거 대학가의 핵심이었던 소규모 음식점, 카페, 학원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부담이 겹치며 자영업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거나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
등록금 인상도 큰 변수다.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이 올해 3~5%가량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 원에 육박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어 아르바이트를 찾지만,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상권 위축으로 인해 대학가 근처 소규모 자영업이 줄면서 전통적인 알바자리였던 음식점, 카페 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상반된 현상의 해석
이렇듯 월세 상승과 공실 증가라는 상반된 현상은 지역 내에서도 구획별, 건물별로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접근성이 좋고 시설이 우수한 주거시설은 여전히 수요가 몰리며 월세가 상승하고 있지만, 일반 상가와 노후 주거시설은 수요가 줄며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주거 수요와 상권 수요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학생들이 주거지는 학교와 가까운 곳을 선호하지만, 소비 활동은 더 다양한 상권(예: 신촌 중심가, 홍대 등)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 인근 상권이 침체할 수 있다.
실질적인 개선 방안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주거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 대학 자체적으로 기숙사 수용 인원을 확대하거나,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와 협력하여 공공기숙사, 행복주택 등 저렴한 주거시설을 늘리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일본이나 독일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대학과 민간이 협력하여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모델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대학 인근 공공 유휴부지를 활용해 학생 전용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대학과 민간 건설사가 협업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또한, 대학가 상권의 회복을 위해서는 단순히 임대료 인하뿐만 아니라, 학생 및 청년층을 유인할 수 있는 특화 상권 조성이 필요하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시도하는 '청년 창업 공간 지원', '대학생 맞춤형 소규모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또한, 대학과 지역 상인회가 협력하여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고, 학생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현재 이화여대·신촌 일대의 월세 상승과 공실 증가 현상은 상권과 주거 수요의 이원화, 경기 침체, 소비 패턴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이를 단편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적, 상권 활성화 차원의 접근과 함께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거 안정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