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가별 차등 관세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한국이 중국 등 제3국의 ‘우회수출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관세청은 올해 들어 불법 환적 적발 건수가 늘고 있으며, 향후 더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핵심 배경은 미국의 상호관세다. 현재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30%지만, 향후 최대 145%까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한국산 제품은 15%만 부과돼, 중국 수출기업 입장에서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보내는 경로’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실제 올해 적발된 우회수출 품목은 ▲기계기구류 ▲차량 ▲가정용 전기제품 ▲보석류 ▲철강 ▲화학제품 등으로 다양화됐다. 지난 3월에는 중국산 CCTV 부품 19만 점을 국내로 들여와 조립 후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미국에 수출한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관세청은 ‘무역안보특별조사단’을 운영하며 원산지 위조, 허위 증명서 발급 등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또한 국가정보원,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관세국경보호청(CBP) 등과의 정보공유·공조도 강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회수출을 8대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고, 지난달에는 중국의 우회수출을 겨냥해 추가 40%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태국 등 다른 국가들도 원산지 검증 강화를 선언하며 단속 대열에 합류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박지혜 의원은 “FTA 규정 준수와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관리해, 불법 환적에 휘말려 추가 관세를 맞는 사태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무역 통계 문제가 아니라, 향후 한국이 국제 무역 질서 속에서 ‘우회수출 관문’이 될지, 아니면 ‘신뢰받는 생산·수출국’으로 남을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