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직격 발언, 금융권 지배구조에 칼을 겨누다
금융권 최고경영자 선임을 둘러싼 관행에 대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단순한 인사 비판을 넘어, 금융권 내부에 고착화된 ‘권력의 순환 구조’ 자체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금융감독원 업무보고 자리에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인선을 둘러싼 각종 투서와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소수 인물이 자리를 바꿔가며 장기간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형식적 절차는 갖췄지만, 실제로는 같은 인맥과 집단이 수십 년간 금융권 요직을 순환 점유해 왔다는 문제의식이 담긴 발언이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도덕성과 전문성이 검증된 인사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구조라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관치금융’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인사 개입을 자제해 왔지만, 그렇다고 불투명한 내부 카르텔까지 묵인할 수는 없다는 선을 명확히 했다.
이 같은 발언은 금융권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이사회 독립성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가 사실상 현직 회장과 가까운 인물들로 구성되면서, 차기 CEO 선임 역시 폐쇄적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찬진 원장은 금융위원회와 공동으로 금융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 를 가동해, 이사회 구성과 CEO 선임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고 관련 입법 과제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형식적 독립이 아닌, 실질적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이번 발언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단순한 경고성 발언이 아니라, 구조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금융산업은 안정성을 이유로 내부 승계와 관행을 중시해 왔지만, 이제는 투명성·책임성·공공성이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실행이다. 제도 개선이 선언에 그칠지, 아니면 금융권의 인사·지배구조 문법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에 따라 향후 금융시장 신뢰도 역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제 제기가 “말 바꾸기”에 그칠지, 아니면 금융권 권력 구조의 리셋(reset) 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