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 별세 소식에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통해 아시아에 울림을 남긴 지도자였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행위를 ‘침략’으로 규정하고 사죄를 표명한 인물로, 한일 간 화해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 “화해와 상생 위해 헌신한 지도자”

이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 국민을 위한 정치에 헌신함과 동시에 주변국과의 화해와 상생을 위해 노력한 분이었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애도와 추모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1995년, 전후 50주년을 맞아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발표한 담화에서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하며 일본뿐 아니라 이웃 나라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고 회상했다.
이 대통령은 “그의 고귀한 뜻을 기리며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 기여한 헌신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

■ ‘무라야마 담화’로 남은 화해의 유산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1924년 일본 오이타현에서 태어나, 1972년 사회당 후보로 중의원에 입성했다.
1994년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의 연립 내각 구성으로 총리에 올랐으며, 사회당 출신으로는 두 번째 총리였다.

그는 1995년 전후 50주년을 맞아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을 공식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침략’이라는 표현을 명시한 최초의 일본 총리 담화였다는 점에서 일본 정치사에 전환점을 남겼다.

■ “평화로운 일본이 되길”…100세 앞두고 남긴 마지막 메시지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 16일, 101세의 나이로 규슈 오이타현의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환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지난해 100세 생일을 앞두고 “일본이 계속 평화로운 나라이기를 기원한다”며 “억지로 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남겼다.

그의 생애는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평화와 반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999년에는 초당파 의원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는 등, 동북아 평화 구상에도 기여했다.


■ 전문가 해설: “한일 관계 개선의 흐름, 상징적 모멘텀 될 것”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추모 메시지가 이재명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박현우 국제정치학 교수는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 내에서도 역사인식의 전환점을 만든 인물로, 그의 사망은 양국 관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애도 메시지는 동아시아 협력의 연속성을 상징한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