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은 없다”…고령자도 끝까지 일하는 사회로 전환 중
2025년 4월, 일본이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고용 제도를 전면 도입했다.
바로 모든 기업에 65세까지 고용 보장을 의무화하는 정책이다. 이는 기존의 '정년 60세+재고용제도'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기업 재량과 관계없이, 일하기를 원하는 모든 고령 근로자를 반드시 65세까지 고용해야 하는 구조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고령화 사회에서의 생산성 유지와 사회 안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3가지 방식 중 택1…그러나 본질은 ‘의무’
일본 후생노동성은 모든 21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고용 정책을 운영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1. 정년 자체를 폐지
2. 정년을 65세로 연장
3. 정년(60세) 이후 재고용을 보장하는 ‘계속고용제도’ 도입
현재까지 일본 기업의 약 67.4%가 3번을 택해 재고용 중심 구조로 운영 중이다.
이는 기존 인력의 활용도를 유지하면서도 인건비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을 선택한 기업은 28.7%, 정년을 아예 폐지한 기업은 3.9%에 불과하다.
■퇴직 후 재고용? 임금은 줄어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년 이후 계속 고용된 근로자 다수가 기존 임금의 20~30% 삭감을 경험하고 있다.
고용은 유지되지만, 삶의 질은 오히려 낮아지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정규직 대신 계약직, 시간제, 성과급 중심 제도로 전환 중이다.
이는 고령자의 노동력은 활용하되, 고정비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현실적 계산’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고령자도 “계속 일하고 싶다”…‘의무’ 아닌 ‘욕구’
놀라운 건, 고령자 스스로도 일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일본 민간 조사에 따르면 60~64세 고령자 중 71% 이상이 “65세 이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으며, 그중 대부분은 현재 근무 중인 직장에서의 지속 고용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 생계 때문이 아닌, 삶의 보람과 사회적 연결망 유지를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70세 고용’은 권고…제도화는 아직
한편 일본 정부는 70세까지 고용 연장을 위한 '노력 의무' 조항도 유지 중이다.
정년을 70세로 늘리거나, 위탁계약, 창업 지원 등의 방식을 통해 장기 근속을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시행 중인 기업은 30% 수준에 그친다.
정년 이후 ‘의무’를 넘어서 ‘문화’로 정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대한민국에도 닥친 질문 : 정년은 언제까지여야 하는가?
이러한 일본의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강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의 법정 정년은 여전히 60세, 국민연금은 63세부터 수령 가능하기 때문에, 다수 은퇴자들이 ‘소득 공백기(크레바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정년 연장을 공식 의제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은퇴 후 소득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년을 63~65세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자 고용, 단순 ‘선의’ 아닌 구조적 과제
고령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노인을 ‘보호’ 대상이 아닌 ‘노동자’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고령 근로자의 지속 고용이 형식적인 연장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보람과 경제적 보상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제도 설계의 정교함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격차 해소, 맞춤형 직무 재배치, 연령 차별 없는 성과 평가 시스템 등이 뒷받침돼야 진정한 ‘고령자 완전고용 시대’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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