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EBITA 설명, STOCK analysis
최근 이커머스 업계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EBITDA 흑자"를 강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SG닷컴, 11번가, 컬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영업이익(Operating Profit)과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의 격차가 큰 기업들이 많아, 투자자와 소비자들은 이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왜 EBITDA를 내세울까? 쉽게 말하면, 순이익에서 감가상각비와 같은 비현금성 비용을 제외해 장부상의 이익을 부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도 EBITDA 기준으로는 흑자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EBITDA 흑자가 반드시 재무적 건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회계적 기법이 실적을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진짜 흑자를 가리는 방법은 무엇인지 르포 형태로 분석해본다.
▲"흑자"라는데 왜 적자인가? - EBITDA의 마법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을 살펴보자.
· SSG닷컴: 2023년 EBITDA 50억 원 흑자. 그러나 영업손실은 727억 원.
· 11번가: 오픈마켓 부문 EBITDA 흑자. 하지만 전체 영업손실은 754억 원.
· 컬리: 3분기 연속 EBITDA 흑자. 그러나 연간 영업이익 흑자 여부는 미정.
기업들은 EBITDA 흑자가 곧 영업이익 흑자로 이어질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이익 전환까지의 거리가 멀다. 2020년 티몬은 "지속 가능한 흑자"를 강조하며 EBITDA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연간 영업손실은 631억 원이었다. 결국 EBITDA 흑자와 영업이익 흑자는 별개의 문제다.
▲ EBITDA를 강조하는 이유
기업들이 EBITDA를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자들에게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특히 적자 기업일수록 EBITDA를 중요한 지표로 내세운다. 감가상각비, 이자 비용 등을 제외하면 일종의 "핵심 영업활동"이 흑자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가상각비와 이자 비용도 결국 기업이 감당해야 할 실질적 비용이다. 이를 배제한 EBITDA 흑자는 결국 장부상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 진짜 흑자 기업을 가리는 방법
EBITDA가 과연 기업의 진짜 가치를 반영하는 지표인지 의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진짜 흑자 기업"을 가릴 수 있을까?
1. 영업현금흐름 (Operating Cash Flow, OCF) 확인하기
영업현금흐름(OCF)은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현금의 흐름을 의미한다. EBITDA가 회계적 수치를 조정할 수 있는 반면, OCF는 조작이 어렵다. 영업이익과 비교해 OCF가 꾸준히 플러스인 기업이 진짜 건전한 기업이다.
2.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분석하기
EBITDA를 강조하는 기업일수록 부채비율이 높거나 이자비용 부담이 큰 경우가 많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이라면, 기업이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이익을 내도 금융비용이 부담이 되는 경우라면 지속 가능한 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3. 현금흐름표의 "잉여현금흐름 (FCF)" 확인하기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 투자 등 필수 지출을 제외한 금액이다. FCF가 꾸준히 플러스라면, 해당 기업은 EBITDA뿐만 아니라 실제 수익도 창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4. EBITDA와 영업이익의 격차 분석
EBITDA 흑자를 강조하는 기업일수록 EBITDA와 영업이익 간의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SSG닷컴의 EBITDA 흑자는 50억 원이지만, 영업손실은 727억 원이다. 이런 격차가 클수록 EBITDA 흑자가 실질적인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5. 회사의 장기적 성장성과 비즈니스 모델 검토
EBITDA가 흑자로 돌아선 기업이라도 매출 성장이 둔화되거나, 핵심 경쟁력이 약하다면 투자 가치가 낮다. 업계의 경쟁 강도, 고객 유지율, 수익성 개선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 마치며: "EBITDA 흑자는 빛 좋은 개살구?"
EBITDA 흑자를 외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는 회계적 기법을 활용한 "눈속임"에 가깝다. 투자자나 소비자들은 EBITDA가 아니라 영업현금흐름, 잉여현금흐름, 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 등을 통해 기업의 진짜 건강 상태를 판단해야 한다.
기업이 진정한 의미의 흑자를 기록한다면, 굳이 EBITDA를 강조하지 않는다. 언젠가 이커머스 기업들이 EBITDA 대신 "영업이익 흑자"를 자랑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