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가수 휘성의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진 가운데, 미국 예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나종호 교수가 SNS를 통해 깊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휘성 씨의 노래를 참 좋아했다"며 "일찍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경우는 더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약물 과복용 문제는 제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라 더 마음이 아프다"며 "몇 년째 중독 재활 시설에 더 많은 예산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진출처 = 식약처 제공
▲ 해외 사례는?… '치료'와 '재활'에 집중하는 미국과 유럽
나 교수의 주장처럼 마약 중독 문제는 단순 처벌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중독 치료와 재활을 정책의 핵심으로 삼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1. 미국 – ‘트리트먼트 퍼스트(Treatment First)’ 모델
미국 일부 주에서는 중독 문제를 범죄가 아닌 질병으로 간주하고, 처벌보다는 치료를 우선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오리건주다. 오리건주는 2020년 마약 소지에 대한 형사 처벌을 대폭 완화하고, 대신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마약 비범죄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 시행 후, 중독 치료를 받는 인구가 증가했으며, 치료 접근성이 높아진 덕분에 재범률 또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오리건주의 마약 비범죄화 조치 이후 마약 관련 체포율이 60% 이상 감소했고, 치료 프로그램 참여율이 200% 증가했다.
2. 포르투갈 – ‘마약 비범죄화 모델’의 성공 사례
포르투갈은 2001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마약 소지에 대한 처벌을 폐지하고, 국가 차원의 중독 치료 및 재활 프로그램을 강화한 나라다. 그 결과, 마약 관련 사망률이 80% 이상 감소했으며, 중독자들이 병원을 찾는 비율이 급증했다.
당시 포르투갈 정부는 ‘중독자는 범죄자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며 심리 상담, 직업 교육, 사회 재활 프로그램 등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많은 중독자들이 사회로 복귀했고, 이는 마약 문제 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 한국의 현실… ‘처벌 일변도’ 정책의 한계
현재 한국의 마약 정책은 처벌 중심이다. 2023년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마약 사범 적발 인원은 2020년 1만 6천여 명에서 2023년 2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10대와 2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치료 및 재활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하다. 현재 국내에는 국립 정신병원을 포함해 마약 중독 치료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이 20곳이 채 되지 않는다. 이는 미국, 유럽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나 교수는 "한국은 펜타닐 같은 치명적인 마약이 유행하는 미국과는 다르지만, 문제는 중독 환자들이 치료받을 병원과 재활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처벌 일변도의 마약 정책만으로는 이미 사회에 깊숙이 스며든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의 제언… ‘처벌 + 치료’ 병행이 정답
해외 사례를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처벌과 치료를 병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중독 정신과 전문의인 김 모 교수는 "현재 한국의 마약 정책은 처벌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중독자들이 숨어들거나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강제 치료 및 재활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포르투갈 등의 사례를 참고하면, 중독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재범 방지를 위한 사회적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마약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될 수 있다. 특히, 치료를 받은 중독자들이 사회로 복귀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 마약 문제,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
휘성의 사례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마약 중독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단순한 처벌을 넘어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는 정책이 자리 잡지 않는다면,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마약 중독 문제 해결의 핵심은 처벌이 아니라 치료"라며 "국가 차원의 재활 시설 확대와 중독 치료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해외 성공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도 마약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