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다시 보수의 길로… 총선 결과 CDU·CSU 연합 승리, 대연정 합의

독일이 다시 보수 성향으로 기울고 있다. 유럽연합(EU) 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 결과, 보수 정당인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

(CSU) 연합이 승리를 거두며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지난 3년간 중도 진보 정당인 사회민주당(SPD)이 이끌어온 '신호등 연정'에 대한 민심 이반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16년간 독일을 이끌었던 메르켈, 그리고 이후의 변화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2005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독일을 이끌며 유럽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에서도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며 위기를 극복한 공로로 퇴임 당시 지지율이 70%를 넘을 정도로 국민적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메르켈의 은퇴 이후 2021년 총선에서 중도 진보 성향의 SPD가 1위를 차지하며 집권했으나, 올라프 숄츠 총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집권 초기부터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투명인간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독일 경제 침체, 이민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실패 등으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경제 침체와 이민 문제, 숄츠 정부의 실책

숄츠 정부에서 독일 경제는 21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중국산 전기차의 부상으로 독일의 대표 산업인 자동차 업계가 흔들리면서 경제 전반이 침체에 빠졌다.

또한, 메르켈 정부 시절부터 지속된 대규모 난민 수용 정책은 독일 내에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난민 출신 용의자가 연루된 범죄 사건이 이어지면서 반이민 정서가 더욱 심화됐다. 이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숄츠 정부는 국민적 신뢰를 잃었고,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조기 총선이 실시됐다.

CDU·CSU 연합, 다시 정권 잡을까?

이번 총선에서 CDU·CSU 연합이 1위를 차지하며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당 연합을 이끄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보수적인 경제 및 이민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제 회복: 기업 세금 감면 및 친시장 정책을 추진하여 경제 성장을 다시 견인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SPD 정부가 대폭 확대했던 사회복지 지출을 줄여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민 정책 강화: 메르츠 대표는 취임 첫날부터 모든 국경을 통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적법한 서류를 갖추지 않은 이민자는 국경에서 돌려보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과거 메르켈 총리의 포용적 난민 정책과 선을 그었다.

유럽 내 독일의 역할 강화: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등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독일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내 단합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극우 정당 AfD, 창당 이래 최강세… 유럽 극우 바람 거세질까

이번 총선에서 주목할 또 다른 결과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창당 12년 만에 처음으로 2위 정당으로 올라선 점이다. 독일은 나치 정권의 과거를 떠올리며 극우 정당의 성장을 경계해왔으나, 최근 경제적 불안과 이민 문제로 인해 AfD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현재 독일 내 보수·진보 정당 모두 AfD와 연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유럽 내 극우 정당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극우 성향 정당들이 부상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으며, 독일의 이번 선거 결과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CDU·CSU, SPD와 대연정 합의… 독일 정국 안정 도모

총선 이후 연립정부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던 가운데, CDU·CSU 연합과 SPD가 대연정(Große Koalition) 구성에 합의했다. 이는 독일 정치의 안정을 우선시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정치적 균형 확보: CDU·CSU가 경제 및 안보 정책을 주도하면서도, SPD의 사회복지 정책 일부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조율될 가능성이 크다.

극우 AfD 견제: AfD의 급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기존 정당들이 협력하는 의미도 있다. 보수와 중도진보 세력이 함께 정부를 운영함으로써 극우 세력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전략이다.

유럽 내 리더십 강화: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독일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유럽 연합(EU) 내에서 강한 입지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CDU·CSU와 SPD가 함께하는 대연정이 독일 정치의 안정을 가져올지, 아니면 오히려 갈등과 타협의 연속이 될지는 앞으로의 정책 운영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향후 독일 정국의 변화에 유럽 및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