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이 1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룰’을 활용한 새로운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직장인 김 모 씨(36). 그는 IRP 계좌에서 위험자산 한도(70%)를 국내 상장 S&P500 ETF로 채우고, 안전자산까지 주식·채권 혼합형 ETF로 구성해 사실상 주식 비중을 85%까지 높였다.

혼합형 ETF는 채권을 절반 이상 편입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지만, 나머지 절반은 미국 배당주·S&P500·코스피200 등 주식으로 구성된다. 덕분에 위험자산 한도를 초과하지 않고도 사실상 공격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IRP 적립금은 2024년 말 기준 98조 7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전체 수익률은 평균 4.77%에 불과하다. 반면, ETF를 적극 활용한 상위 10% 투자자들은 평균 9%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예·적금 위주의 전통적 IRP 운용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기 어렵다”며 “혼합형 ETF를 활용한 분산·절세 전략이 부상 중”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IRP 안전자산으로 인정받는 혼합형 ETF는 ▲SOL 미국배당미국채혼합50 ▲ACE S&P500채권혼합액티브 ▲KODEX 코스피200미국채혼합 등 세 가지다. 이들은 연금저축, ISA에도 편입 가능해 절세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혼합형 ETF도 주식 비중이 높아 변동성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며 “배당수익률, 총보수, 환율 변동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RP 운용 패러다임이 ‘저축’에서 ‘투자’로 급격히 전환되는 가운데, 이러한 전략은 은퇴 후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중위험·중수익’ 해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