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에 ‘탈(脫)한전’ 바람이 거세다. 산업용 전기료가 2022년 이후 70%나 뛰자, 삼성전기·LG화학·SK인천석유화학 등 대기업들이 한국전력 대신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직접 구매하는 ‘전력직접구매제도’(전력 직구)를 속속 신청하고 있다.

전력 직구는 한전을 거치지 않고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해 전력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수전설비 용량이 3만㎸A 이상인 사업장만 이용할 수 있다.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신청한 대기업 사업장은 11곳. 특히 올해 8월 들어서만 한화솔루션 여수·울산 사업장, KCC글라스, LG화학 적량 공장 등이 합류했다.

대기업들이 전력 직구로 눈을 돌린 이유는 뚜렷하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폭이 가정용의 2배 수준인 데다, 전력비가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비용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이미 6월 말부터 전력 직구를 시작했고, 이후 신청이 급증하는 추세다.

문제는 한전 재무구조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한전의 전력 판매 수입 중 산업용이 55%를 차지하는 만큼, 대기업 이탈이 가속화되면 전기 판매 수입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 한전의 최근 실적 개선 역시 산업용 요금 인상 효과에 크게 의존한 상황이라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전과 산업계 모두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종배 의원은 “기업들의 비용 절감과 한전의 재무 안정을 동시에 고려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력 직구가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을 넘어, 향후 국내 전력 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