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종전 협상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갈등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에서도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 행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우크라이나는 산산조각 났고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젤렌스키는 미국을 설득해 막대한 지원금을 끌어내고,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 없는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이 부당하게 지속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송에 출연해 즉각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허위 정보에 기반해 발언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헌법에 따라 대선을 연기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선거 연기는 전쟁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친러시아적 행보와 우크라이나 비난 발언에 대해 미국 정치권과 유럽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전쟁을 시작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에 반박했다. 마이크 롤러 하원의원도 "푸틴이야말로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유럽 정상들도 일제히 경고음을 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젤렌스키를 독재자로 몰아가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자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고, 프랑스 정부 대변인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 주 영국과 프랑스 정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유럽 간 균열을 해소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공조를 재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러한 서방의 혼란을 반기는 분위기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트럼프의 발언이 200% 맞다"며 즉각 호응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이견이 커질수록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