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1억 1,600만 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퇴직 후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는 중장년층의 몰림 현상이 주된 이유로 분석되지만, 이와 함께 택시 면허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은퇴자들의 투자자산'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퇴직자 A씨(68)는 지난해 개인택시 면허를 1억 500만 원에 구입했다. 당시에도 고가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최근 면허값이 1억 1,600만 원까지 오르며 짧은 기간에 1,000만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록했다. A씨는 "택시 운행으로 월 300만 원가량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번호판 값까지 올라 일종의 재테크가 된 셈"이라며 웃었다.
실제로 최근 은퇴자들 사이에서는 개인택시 면허가 안정적인 월급과 동시에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령층 사이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보다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면허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지역별로도 면허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서울은 1억 1,500만~1억 1,60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고, 경기도 화성, 이천, 양주 등 일부 지역은 2억 원에 달한다. 세종시와 충남 천안은 각각 2억 2,000만 원, 2억 2,500만 원까지 상승했다. 지방 주요 도시 역시 면허 가격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은퇴자들이 느끼는 불안한 노후에 대한 심리가 깔려 있다. 국민연금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매달 꾸준히 들어오는 현금 흐름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양대학교 하준경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과 저금리 시대를 경험하며, 안정적인 현금 수입에 대한 욕구가 크다"며 "택시 면허는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그 자체로 월급이 보장되기 때문에 일종의 연금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의 정책 변화도 면허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2022년 부제 해제 이후 개인택시 기사의 운행 자유도가 확대되면서, 수익 극대화가 가능해졌다. 과거 이틀 일하고 하루 쉬어야 했던 규제가 사라지며, 일할수록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택시 면허가 지나치게 자산화되면 신규 진입자에게 과도한 초기비용 부담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30대 예비 기사 B씨는 "운전 경력도 쌓았고 택시를 시작하려 했는데, 면허값이 너무 올라 시작조차 엄두가 안 난다"며 "퇴직자들만의 시장이 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택시 면허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일종의 '노후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앙대학교 이정희 교수는 "개인택시 시장이 자연스럽게 고령자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청장년층의 진입 장벽 해소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며 "면허 거래 활성화와 자금 지원 등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면허는 이제 단순한 번호판이 아닌, 은퇴자의 미래를 담보하는 자산이 되어가고 있다. 생계와 투자 사이, 그 경계에서 택시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