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Sherwood News
[르포] 지상파 시청률 1% 미만, 넷플릭스에서는 1위?
지난 2월, 한 지상파 드라마가 충격적인 반전을 맞았다.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이 1%를 넘기지 못해 ‘망작’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이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단숨에 글로벌 1위에 오른 것이다. ‘국내에서는 외면받았지만 해외에서 사랑받았다’는 이야기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사례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실패작으로 낙인찍힌 콘텐츠가 OTT 플랫폼에서 되살아나는 현상, 이 패러다임의 전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레거시 미디어의 한계, 시청률 1%의 의미
레거시 미디어, 즉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기반의 수익 모델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시청률은 방송사의 생존과 직결된다. 하지만 최근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은 5%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하락세다. 2020년대 들어 TV를 시청하는 인구 자체가 줄어들었고, 젊은 층일수록 TV를 켜지 않는 비율이 높아졌다.
지상파에서 시청률이 1%에 그친다는 것은 곧 광고 시장에서 외면받았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광고를 집행할 때 더 이상 전통적인 TV 채널에 의존하지 않는다.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등 다양한 OTT 플랫폼과 소셜미디어가 대체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는 1위? 시청 방식의 변화
그렇다면 동일한 콘텐츠가 넷플릭스로 옮겨간 후에는 어떻게 1위를 찍을 수 있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주요한 요인이 있다.
1. 알고리즘이 만든 기회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기존 지상파에서는 프로그램이 정해진 시간대에 방영되고, 시청자가 직접 그 시간에 맞춰야만 시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게 콘텐츠가 추천되며,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외면받았던 콘텐츠’가 후발 주자로 역주행하는 경우가 많다.
2.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된 콘텐츠
지상파 방송은 주로 국내 시장을 타겟으로 제작된다. 반면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개국에 서비스되며, 다국어 자막과 더빙이 지원된다. 국내에서 실패한 드라마라도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더 글로리’는 한국에서는 초반 반응이 미미했지만,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 글로벌 차트에서 급상승했다.
3. 몰아보기(Binge Watching) 문화
전통적인 TV 시청 방식과 달리, OTT에서는 전 시즌을 한 번에 공개하는 ‘몰아보기’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방식은 시청자들이 한 번에 빠져들 수 있도록 유도하며, 입소문을 통한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한다. 반면, 주 1~2회씩 방영되는 기존 지상파 드라마는 이런 파급력을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다.
미래의 방송,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은?
넷플릭스에서 역주행한 콘텐츠들은 ‘OTT 시대의 대세’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전통적인 미디어 환경에서는 외면받던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지상파 방송사는 이 변화 속에서 어떤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할까?
일부 방송사는 넷플릭스와 협업하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KBS의 ‘소년심판’, SBS의 ‘모범택시’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흥행한 사례다. 또한 기존 방송사의 OTT 서비스인 웨이브(Wavve), 티빙(Tving) 역시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히 OTT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콘텐츠의 질과 기획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 중 하나인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한 차별화된 시청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결론: 레거시 미디어의 변신이 필요한 시대
넷플릭스에서 역주행하는 콘텐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시청자의 미디어 소비 방식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전통적인 방송사는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전략을 구축하지 않는 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연 레거시 미디어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아니면 ‘1%의 늪’에서 점차 사라질 것인가? 이제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