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Figma)가 2025년 8월 초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공모가를 기존 25~28달러에서 30~32달러로 약 20% 상향 조정했다. 이번 공모에서는 총 690만주를 매각해 약 12억달러(한화 약 1조5,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며, 기업가치는 190억달러(약 2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상장은 2023년 말 어도비(Adobe)에 의한 인수 시도가 규제 당국의 제동으로 무산된 뒤 추진된 것으로, 피그마가 독립적인 길로서 기업공개를 선택한 첫 사례다. IPO 데뷔를 앞둔 피그마는 디자인 협업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그마는 2024년 매출 7억4,9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8% 성장했고, 2025년 1분기에도 46%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올 1분기에는 4,490만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과 핀테크 업체 차임(Chime)에 이어 피그마도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가 투자한 데이터센터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는 공모가 대비 주가가 부진했다가 이후 두 배 이상 급등한 바 있다.
한편 피그마는 회사 자금 일부를 비트코인 ETF에 투자하는 이색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약 6,950만달러 규모의 비트와이즈(Bitwise) 비트코인 ETF를 보유 중이며, 최근에는 서클 보증 스테이블코인 3,000만달러어치를 매입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디자인 툴 시장 전반에 변화가 예고되는 점은 피그마가 넘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머저마켓의 사무엘 커 주식자본시장 책임자는 “AI 시대에 피그마의 기존 사업 모델이 얼마나 견고함을 유지할지, IPO 이후 투자자들이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부터 ‘FIG’ 티커로 거래를 시작하는 피그마의 상장 성패는, 테크 산업에서 ‘세대적 수준의 SaaS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