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2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자택 골프 리조트에서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와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미국과 아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 8월 1일부터 일괄적으로 15∼2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의 일환으로, 두 차례 연기 끝에 다음 달 초부터 본격 시행된다.
15~20% 관세, “편 협상은 예외”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은 15%와 20% 중 하나로 정해질 것이며, 이 두 숫자 중 하나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혀, 아직 미국과 별도 협정을 맺지 않은 모든 국가가 동률의 관세를 부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미 캐나다·멕시코(USMCA), 영국·EU, 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 등과는 협상이 타결됐거나 협정 체결을 앞두고 있어, 이들 국가는 합의된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한국의 선택지는?
한국 정부는 8월 1일 이전에 미국과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안 중 하나는 자동차 관세 등 주요 품목의 관세율을 일본·EU와 동일하게 15%로 낮추는 방안이다. 이는 기존 25%였던 쌍무 관세 부담을 완화해 수출 경쟁력을 지키려는 전략으로, 업계에서는 협상 타결 시 수출 기업들이 즉각적인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선도 ‘촉각’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에서 “중국이 더 개방적 시장 정책을 펼치길 기대한다”며 “일본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쌀 시장을 크게 개방한 것처럼, 중국도 자국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3차)은 같은 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재개됐다. 협상의 초점은 관세 철폐와 희토류 수출 재개, 반도체·의약품 분야의 시장 접근성 확대다. 특히 중국은 지난 5월 제네바에서 미국과 ‘관세 인하 로드맵’을 합의했으며, 이 조치는 8월 12일 종료될 예정이다.
의약품·반도체 관세도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가까운 시일 내에 의약품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그간 자국 내 생산 기반 회복을 강조해 온 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하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의약품·방역 물자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공급망 자립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미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적용된 상호관세 외에, 의약품과 반도체 품목이 추가되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친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
자동차 수출: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기존 25% 관세를 15%로 낮춘다면, 단기적으로는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다만 미국 현지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부품 현지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의약품 관세 인상 예고는 국내 바이오·제약업계에겐 이중의 의미다. 원료의약품 수입 비용 상승 부담과 동시에, 국내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 기회가 맞물려 업계 재편이 가속화될 수 있다.
반도체: 반도체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시, 삼성·SK하이닉스 등 국내 메이저 기업들은 글로벌 생산 기지 분산 및 신규 공장 증설을 통한 리스크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향후 전망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전략’은 무역 협상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카드로 평가된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과 무역 파트너들의 반발, 일방적 관세 부과에 따른 법적·외교적 논란 등이 변수로 남아 있다. 한국 정부는 조속한 협상 타결로 관세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한 시장 다변화 전략도 함께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관세 부과 조치는 8월 1일부 시행을 앞두고 있어, 남은 기간 동안 무역 협상의 성패가 한국 수출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기업 모두 대응 전략을 신속하게 정비해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무역 환경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