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많은 구단을 거친 투수 중 한 명이자, 언제나 밝은 미소로 사랑받았던 옥타비오 도텔(Octavio Dotel)이 향년 51세로 세상을 떠났다. 도텔은 도미니카 공화국 산토도밍고의 나이트클럽 ‘Jet Set’에서 열린 콘서트 도중 발생한 지붕 붕괴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


■ “모두가 원했던 선수”…사람을 끌어당긴 존재감

1999년 뉴욕 메츠 단장이었던 스티브 필립스는 “보통 많이 트레이드되는 선수는 성격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도텔은 정반대였다. 모두가 그의 인성을 증명해줬기 때문에 늘 누군가 원했다”고 회상했다.

도텔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를 두고 “다정하고, 경쟁적이며, 총명하고, 존중할 줄 알고, 유쾌하며,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전 동료이자 명예의 전당 마무리 투수 빌리 와그너는 “그는 항상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던 사람이었다. 아무리 화를 내려 해도, 진심으로 화내는 법을 모르던 순수한 사람이었다”며 눈물을 삼켰다.

■ 13개 구단을 거친 '전설적인 저니맨'…기록 그 자체

도텔은 MLB 역사상 최초로 13개 구단에서 뛴 선수로, 후에 에드윈 잭슨이 그 기록을 넘기긴 했지만, 그의 ‘전국구 활약’은 많은 팬들에게 인상 깊게 남았다. 그는 “모든 기록은 좋은 것”이라며, “심지어 나쁜 기록도 그 누구도 갖지 않은 기록이면 의미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통산 758경기에 출전해 951이닝 동안 무려 1,143개의 탈삼진을 기록, 9이닝당 평균 10.8개의 삼진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이는 역사상 최소 700경기 이상 등판하고도 탈삼진율이 10 이상인 단 10명의 투수 중 한 명이다.

■ 월드시리즈 우승, ‘다람쥐’와의 우정까지

도텔은 2011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커리어의 절정을 누렸다.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그는 필라델피아와 밀워키를 상대로 피안타율 0.087이라는 압도적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디비전 시리즈 중 그라운드를 가로지른 다람쥐 한 마리가 화제가 되었고, 팬이 던져준 인형 다람쥐를 도텔이 ‘행운의 마스코트’처럼 챙기면서 우승 반지에도 이 다람쥐가 포함됐다.

이듬해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유니폼을 입고 또 한 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6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노련함을 보여줬다.

■ 상처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인생

도텔의 야구 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는 1993년 메츠와 단 3,000달러의 계약금으로 입단했으며, 그해 아버지 에밀리오가 강도 사건으로 사망하는 비극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그 상처를 분노로 표출하지 않았고, 항상 밝은 에너지와 미소로 주변을 감동시켰다.

필립스 전 단장은 “그는 늘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었다. 그의 미소는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도텔은 생전에 “나는 항상 새로운 친구를 만든다. 많은 경험을 했고, 그게 나를 만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것은 수많은 탈삼진뿐만 아니라, 모두의 기억 속에 남은 따뜻한 미소였다.

[기록 요약]

출생: 1973년 11월 25일 (도미니카 공화국)

MLB 데뷔: 1999년 뉴욕 메츠

통산 성적: 951이닝 / 1,143 탈삼진 / 평균 10.8K/9

소속 구단: 메츠, 애스트로스, A’s, 양키스, 로열스, 브레이브스, 화이트삭스, 파이리츠, 다저스, 록키스, 블루제이스, 카디널스, 타이거스

주요 업적: 2011년 월드시리즈 우승, MLB 최다 팀 소속 기록 보유자(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