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반등, 저출산 위기 돌파구 될까?
지난해 한국의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했다. 지속적인 저출산 현상으로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 같은 변화가 장기적인 출산율 회복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출생아 수 3.6% 증가, 9년 만의 반등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4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8,300명으로 전년 대비 8,300명(3.6%) 증가했다. 이는 2015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비율로 월별 출생아 수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합계출산율도 0.75명으로 전년(0.72명) 대비 0.03명 상승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출생률 역시 4.7명을 기록하며 소폭 증가했다.
30대 초반 여성 출산 증가, 출산 연령 변화의 신호
출산율 반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30대 초반 여성 인구 증가와 함께 팬데믹 기간 동안 미뤄졌던 결혼이 다시 증가한 점이 꼽힌다. 지난해 30~34세 산모가 낳은 출생아 수는 11만 4,300명으로 전년 대비 8,200명(7.7%) 증가했다. 반면,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5.9%로 전년보다 0.4%p 감소했으며, 이는 1987년 이후 37년 만의 하락이다.
출산 연령 역시 평균 33.7세로 유지됐으며, 결혼 후 2년 안에 출산하는 비율도 전년 대비 1.1%p 증가한 35.0%를 기록했다. 이는 결혼 후 출산을 빠르게 계획하는 부부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낮은 출산율
비록 출산율이 반등했지만, 국제적으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합계출산율이 1.51명(2022년 기준)인 것에 비하면, 한국의 0.75명은 여전히 '초저출산' 수준이다. 특히, 출산율이 1.3명 이하인 국가로 분류되는 일본(1.26명), 이탈리아(1.24명), 스페인(1.16명)보다도 낮은 수치다.
자연 인구 감소 지속, 정책적 대응 필요
반등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인구 감소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간 사망자 수는 35만 8,400명으로 전년 대비 5,800명(1.7%) 증가했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 감소 인구는 12만 명에 달하며,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인구 자연 감소가 발생했다.
출산율 반등이 지속 가능할까?
일각에서는 이번 반등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현정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30대 초반 인구 증가와 팬데믹으로 지연된 결혼이 반영된 결과"라며 "이 추세를 지속하려면 출산 장려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반등이 이어지려면 ▲육아·보육 지원 확대 ▲주거 문제 해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정착 등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반등이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반짝 증가에 그칠지는 향후 몇 년간의 정책 대응과 사회적 변화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