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층 사이에서 ‘소극적 구직’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질적인 준비 없이 공고만 둘러보거나, 지원 자체를 잠시 멈춘 상태를 의미하는데, 조사에 따르면 이런 상태에 놓인 대학생이 10명 중 6명에 달했다.
취업이 예년보다 더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이 늘어난 데다, “좋은 일자리 자체가 줄었다”는 체감이 소극적 구직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 “준비해도 붙기 어렵다”…역량 부족·일자리 감소가 가장 큰 원인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4년제 대학생 및 졸업 예정자 2,4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0.5% 가 자신을 ‘소극적 구직자’라고 답했다.
이들은 △경험 삼아 형식적으로만 지원(32.2%) △사실상 구직활동 없음(21.5%) △구직 중단 상태(6.8%) 등의 범주에 포함됐다.

소극적 구직의 이유로 가장 많이 지목된 것은 “스스로 역량이 부족해 추가 준비가 필요하다”(37.5%) 였다.
이어 △“지원해도 합격할 가능성이 낮다”(22.0%) △“전공 분야의 일자리 자체가 적다”(16.2%) △“임금·근로조건이 적절한 일자리가 드물다”(13.6%) 순으로 답했다.

응답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 부족’을 직접적 원인으로 꼽은 셈이다.

■ 취업시장 체감온도 “작년보다 더 추웠다”

올해 취업시장을 작년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37.1%가 ‘더 어렵다’ 고 평가했다.
상황이 좋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5.1%에 그쳐,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선 학생들은 올해 평균 13.4회 지원, 이 중 2.6회만 서류 합격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류 합격률은 19.4% 로, 지난해보다 2.8%포인트 낮아졌다.

지원 횟수 분포를 보면

· 1~5회 지원: 40.7%

· 6~10회: 15.8%

· 21~25회: 12.0%
지원은 늘었지만 합격은 줄어든 흐름이 뚜렷하다.

■ “취업 준비 1년 이상 걸릴 것”…장기 미취업 증가세와 맞물려

취업 준비에 필요한 기간을 묻는 질문에는 62.6%가 ‘6개월 이상’, 그중 32.5%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국가데이터처 자료에서도 올해 기준 청년(20~34세) 미취업자 중 1년 이상 장기 미취업 비중이 55.2% 로 상승했다.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며 장기화 추세를 보이는 상황과도 맞물린 결과다.

학생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 역시 ‘일자리 자체의 부족(50.1%)’이었다.
구체적으로는

· 신입 채용 축소(26.9%)

· 근로조건이 괜찮은 일자리 부족(23.2%) 등을 꼽았다.


■ 청년층의 요구: “기업이 채용할 수 있도록 여건부터 바꿔달라”

취업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은 기업의 고용 여건 개선(29.9%) 이었다.
규제 완화, 세제 혜택, 투자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이 채용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어

· 진로·직무 매칭 강화 및 현장실습 확대(18.1%)

· AI·빅데이터 등 신산업 직업훈련 기회 확대(14.9%)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확실성과 규제 강화가 동시에 겹치며 기업의 신규채용 여력이 약화된 상황을 지적한다.
정년연장 논의 등 청년 일자리를 축소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 종합

이번 조사는 대학생들이 느끼는 취업환경의 냉각, 역량 불안 증가, 일자리 감소라는 세 가지 요인이 겹치며 청년층의 구직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취업난의 본질이 단순한 ‘준비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산업적 대응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