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치매 발병에 따른 자산 관리 공백을 줄이기 위한 전용 신탁 상품을 선보였다.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노후 자산을 생전·사후 전 구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상품이다.
KB국민은행은 1일, 치매로 인해 본인이 직접 금융 거래를 처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KB골든라이프 치매안심신탁’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가입자가 건강할 때 미리 자금 사용 계획과 대리인을 정해두고, 이후 중증 치매 진단을 받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계좌로 자산을 자동 이전하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이다. 치매 발병 이후 가족이 일일이 인출·이체를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분쟁 소지를 줄이는 구조다.
신탁에 맡긴 재산은 가입자가 미리 정한 목적에 따라 의료비, 요양 시설 이용료, 간병비, 생활비 등으로 단계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 치매 이후에도 자금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통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또한 이 상품은 유언대용신탁 기능도 함께 담고 있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신탁에 남은 재산을 미리 지정해 둔 배우자, 자녀 등 수익자에게 이전할 수 있어, 별도의 유언장 작성 없이도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생전 치매 대비와 사후 자산 이전까지 한 번에 관리하는 ‘패키지형 노후 설계 도구’에 가깝다.
가입 조건은 비교적 문턱이 낮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 원이며, 만 40세 이상 고객이면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향후 치매 진단 보험금, 연금, 기타 금융자산 등을 이 신탁으로 직접 수령해 하나의 그릇에서 노후 자산을 통합 관리·운용할 수 있도록 연계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치매는 진단 이후보다, 미리 대비했느냐에 따라 자산 관리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영역”이라며 “이번 상품이 치매 관련 자산 관리 불안감을 줄이고, 고령층 고객의 노후 재산을 생애 전 구간에 걸쳐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하나의 해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행 측은 앞으로도 고령화·치매 증가 추세를 고려해, 노후 자산 보호와 상속·증여 설계를 결합한 다양한 맞춤형 신탁 상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