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 초반까지 올라섰다. 한국은행의 연속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꺾인 가운데, 연말 가계대출 총량 규제까지 겹치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주담대가 막히자 신용대출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04~5.62%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와 비교해 하단 금리가 0.3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변동금리 역시 코픽스 상승 영향으로 하단이 0.17%포인트 올랐다.

이번 금리 상승은 은행채 금리가 한 달 새 약 0.31%포인트 오른 영향이 가장 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동결하자 금융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장기물 채권 금리가 일제히 뛰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시장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주담대 공급이 제한되면서 지난달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11조 2천억 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증가폭은 6천억 원대로, 올해 6월 증가폭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줄어든 주담대 여파는 신용대출 수요로 이어졌다. 10월과 11월 신용대출 잔액은 각각 9,251억 원, 8,315억 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대출 문이 사실상 막히면서, 기존에 보유한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차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자 부담이 늘어난 대출자들의 체감 고통도 커지고 있다. 금리가 0.3~0.4%포인트 오르면 5억 원 대출 기준 연 이자 부담은 150만~200만 원가량 늘어난다. 일부 차주들은 “월급이 들어오는 순간 바로 사라진다”며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와 글로벌 시장 금리 변동성, 연말 대출 총량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4%대 주담대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