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두 달 연속 보합세를 이어가며 4% 이하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저축성 예금금리는 1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가 축소됐다. 시중 자금의 이동과 은행권의 수익성 조정이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 전세대출 금리 하락…주담대는 3.96% ‘보합’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4.03%로 전월(4.06%) 대비 0.03%포인트 하락했다. 가계대출 금리는 연 4.17%로 변동이 없었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96%를 기록해 두 달 연속 보합세를 유지했다.

반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3.76%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하락하며 넉 달 만에 내림세로 전환됐다. 지난 6월 3.71%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던 흐름이 멈춘 것이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도 연 5.31%로 0.1%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행 금융통계팀 김민수 팀장은 “지표금리인 은행채 금리가 9월 중 상승했지만,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확대하면서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하락했다”며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 유지된 것은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예금금리 반등…예대금리차 1.51%p로 축소

대출금리 하락과 함께 예금금리도 오랜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9월 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는 연 2.52%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0월(3.37%) 이후 12개월 만의 상승 전환이다.

이에 따라 은행 신규 취급 기준 예대금리차는 1.51%포인트로 0.06%포인트 줄었다. 예대금리차가 축소된 것은 지난 7월 이후 3개월 만이다. 다만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19%포인트로 변동이 없었다.

■ 은행권, 가산금리 조정하며 경쟁 구도 완화

최근 은행권은 예금 금리 경쟁과 대출 수요 둔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이 장기화되면서 은행 간 금리 경쟁이 완화되는 가운데, 고금리 대출에 대한 차주 부담 완화와 금융당국의 관리 압박이 맞물리며 ‘가산금리 인하→우대금리 확대’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세대출의 경우 실수요자 보호 기조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신용대출 상품에서도 신용등급별 금리 폭이 줄어드는 추세다.


■ 금리 안정세, 향후 전망은?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단기적인 ‘기술적 하락’일 가능성도 있지만, 연말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본격적인 금리 하향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은행채 조달비용 상승 가능성 등은 금리 하락폭을 제한할 요인으로 꼽힌다.

한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금리의 하락은 실수요자 부담 완화에는 긍정적이지만, 은행의 예대마진 압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모두 완만한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결론: ‘금리 완화’ 신호, 가계 숨통 트이나

9월 금융통계는 전세대출·신용대출 금리의 완만한 하락과 예금금리의 반등이 동시에 나타난 결과로 요약된다.
전세 수요자는 이자 부담이 소폭 줄었고, 예금자는 수신 금리 상승 효과를 일부 체감하게 됐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대마진이 줄어들었지만, 이는 금융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책적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금리 흐름은 **‘완화 신호의 전조’**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와 기준금리 정책이 맞물리며, 연말부터는 전세·신용대출 중심의 점진적 금리 하락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