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중화학 공업 도시에서 ‘AI 인프라 도시’로 탈바꿈한다. SK그룹이 7조 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구축한다. 건설, 통신, 에너지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총출동해 AI 산업의 글로벌 허브를 향한 대장정에 나섰다.

■ 2027년 1단계 가동 목표…7조 투입 대형 프로젝트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내 6만6,000㎡(축구장 11개 규모) 부지에 조성 중인 SK AI 데이터센터는 지상 5층, 100메가와트(MW)급 규모로 건설된다. 총 사업비는 약 7조 원에 달하며, 2027년 1단계(40MW) 가동을 시작으로 2029년 전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해, 차세대 AI 학습·추론용 인프라를 공동 구축한다.

SK에코플랜트는 시공사로서 ‘속도의 경쟁’을 위해 지하 구조를 과감히 생략하고 지상형 설계를 택했다. SK에코플랜트 이동규 현장소장은 “AI 산업은 속도가 생명”이라며 “2027년이면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본격 가동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난도 기술 집약…AI용 ‘고전력·고냉각’ 설비 핵심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전력과 냉각 효율이 요구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가속기를 다량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센터의 4~10배 수준인 랙당 40~100kW급 냉각 용량을 확보해야 하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SK엔무브는 **직접액체냉각(Direct Liquid Cooling)**에 투입되는 냉각유를 공급하고, SK가스·SK멀티유틸리티는 LNG 등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제공한다.
통신 인프라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공동으로 AI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그룹의 에너지·통신·건설 역량이 모두 투입된 ‘전사 프로젝트’인 셈이다.

■ AWS와 손잡고 글로벌 시장 공략…울산, ‘AI 허브’로 부상

SK그룹은 이번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세계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2030년까지 63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은 현재 울산 용현산업단지 내 21만㎡ 부지를 추가 확보해 향후 **‘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로 확장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한국을 아시아 AI 거점으로 주목하는 해외 기업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AI 클라우드 시장의 허브로 울산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 AI 인프라 시대의 ‘속도전’…제조도시 울산의 변신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데이터센터 건립을 넘어, 울산의 산업 지형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중화학 중심의 산업 도시였던 울산이 AI·클라우드 인프라 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하면서, 고부가가치 데이터산업 생태계가 새롭게 조성될 전망이다.

다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과 고난도 기술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향후 투자 유치 성과,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확보, 글로벌 고객사 확보가 프로젝트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 전문가 전망

산업계에서는 이번 울산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향한 신호탄”으로 평가한다.
AI 반도체, 클라우드, 통신,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이 융합되며 새로운 고용과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AI 인프라는 반도체와 함께 10년 뒤 한국 경제의 두 축이 될 것”이라며 “SK의 이번 투자는 AI 중심 산업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울산 미포에서 시작된 7조 원의 도전, ‘한국의 AI 심장’을 세우려는 SK그룹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