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배전사업자 옥토퍼스 에너지가 ‘제로 빌(Zero Bill)’ 주택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5년 설립된 이래 10년 만에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옥토퍼스는 AI 기반 전력망 관리와 태양광·에너지 저장장치(ESS)를 결합해 거주자에게 최소 10년간 전기요금을 완전 면제해 주는 주택 서비스를 선보였다.
제로 빌 주택은 새로 지은 단지에 옥토퍼스가 태양광 패널과 ESS, 그리고 자체 개발한 AI 전력관리 시스템 ‘크라켄(Kraken)’을 설치한 뒤, 전력 사용량과 생산량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을 때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시장 전력 가격이 상승할 때 다시 전력망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주거 비용을 보전하는 구조다.
지난 3월 첫 선을 보인 제로 빌 주택은 현재 약 130가구가 운영 중이며, 옥토퍼스는 오는 2030년까지 영국 전역에 10만 채를 보급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뉴질랜드 등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회사 측은 “AI가 전력망 전반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낭비를 제로로 낮추는 한편, 잉여 전력을 수익화하여 주민에게 혜택을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크라켄은 초기 고객센터 자동화 시스템에서 출발해, 수백만 가구의 전력 수요 데이터를 학습하며 전력 수급 예측과 배전을 담당하는 핵심 엔진으로 진화했다. 옥토퍼스는 AI 연구 전담 기관인 ‘넷 제로 센터(Centre for Net Zero)’를 통해 가상 시나리오 기반 추가 학습을 진행, 더욱 복잡한 전력망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옥토퍼스에 따르면 크라켄은 현재 전 세계 약 7,000만 가구 전력망을 관리 중이며, EDF 미국 지사와 도쿄가스, 내셔널 그리드 북미 등 유수의 에너지 기업들이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영국 언론은 크라켄의 기업 가치를 100억 파운드(약 18조6,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하며, 향후 독립 법인 분할이 유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