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과 새로운 무역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상호관세율을 크게 낮추면서도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권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트럼프는 현지시간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대화 이후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알렸다. 그는 이 합의를 “역사적인 조치”로 평가하며 양국 간 무역 관계가 한층 긴밀해질 것임을 강조했다.


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은 앞으로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0%로 책정한다. 이는 지난 4월 임시로 설정된 46%에서 절반 이하로 낮춘 수치다. 다만 환적 물량(제3국에서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우회 수출품)은 40%의 높은 관세를 유지한다.

그 대가로 베트남은 미국산 제품을 사실상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게 한다. 트럼프는 이번 합의가 “미국이 베트남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게 된 것이라고 자평하며, 특히 미국산 SUV와 대형 엔진 차량의 수출 확대를 자신했다.

이것은 단순한 관세율 조정이 아니다. 무역협정의 구조 자체가 미국의 대베트남 수출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양자 간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국가와 이처럼 포괄적 관세 합의를 타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지난달 영국과 관세 협상을 최종 마무리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베트남이 첫 사례다.

이번 타결은 보다 큰 전략적 맥락에서도 의미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초, 57개 국가·경제권을 대상으로 차등화된 상호관세 체계를 예고하며 강도 높은 협상 압박을 걸었다. 다만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는 90일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는데, 그 유예가 7월 8일 만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베트남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형태가 됐다.

이로써 트럼프는 주요 무역 파트너들과의 협상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전략을 다시 한번 입증하려 하고 있다. 특히 환적 규제, 비관세장벽 해소, 무관세 수출 보장을 통해 미국산 고부가가치 품목의 해외시장 점유율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관세 인하’가 베트남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산 제품의 무관세 수출을 허용하는 비대칭적인 합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베트남 기업 입장에서는 낮아진 관세가 매력적이지만,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라는 거대한 목표 속에서 선택지를 제한당하는 셈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다른 협상 대상국들이 어떤 조건으로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일본에는 30~35%의 관세를 경고했으며, 한국산 철강·자동차에는 최대 50%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이번 베트남 합의는 트럼프 특유의 압박·거래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는 8일까지 이어질 주요국과의 담판이, 글로벌 공급망과 한국 수출산업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