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내 분열을 해소하고 자신의 ‘국내정책 메가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그는 20일(현지시간)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이제 하나로 뭉쳐야 할 때”라며 강한 어조로 지지를 촉구했다.
문제의 법안은 대규모 감세안, 국방 예산 확대, 국경 보안 강화 등 다양한 조항이 포함된 방대한 입법 패키지로, 약 1,100쪽 분량에 이른다. 그러나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와 중도파, 특히 블루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지역) 출신 의원들 간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메디케이드는 건드리지 마라”
트럼프는 특히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프로그램) 예산 삭감을 주장해온 하원 프리덤 코커스 소속 강경파에게는 직설적인 경고를 날렸다. "메디케이드 가지고 장난치지 마(Don’t f--k around with Medicaid)”라는 거친 표현까지 사용하며 해당 조항 수정을 반대했다.
SALT 공제 갈등도 직면
한편 뉴욕 등 고세금 주의 의원들이 요구해온 ‘주 및 지방세 공제(SALT)’ 한도 상향 문제와 관련해서도 트럼프는 “그냥 놔둬라. 이미 제안된 안으로 만족하라”며 선을 그었다. 이는 지난해 그가 선거운동 중 SALT 공제 확대를 약속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하원 블루스테이트 의원인 마이크 로울러(공화·뉴욕)는 “대통령을 존중하지만 내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혼란 속 표결 시도…‘이틀 안에 통과’는 난망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은 빠르면 21일 하원 규칙위원회를 통해 법안 표결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이틀 내 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보수파 의원 앤디 해리스(공화·메릴랜드)는 “우리는 아직도 타협점에서 멀다. 2주 정도는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파 돈 베이컨 의원(공화·네브래스카)은 “몇 가지 쟁점이 남았지만 매우 근접했다”며 법안 지지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젠 지쳤다”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짧은 문답에서 “더 이상의 요구는 그만하라. 내가 재정 보수주의자다”라고 강조하며 협상의 끝을 시사했다. 그는 상원에서의 추가 논의에 대해서는 “거기에는 내가 더 좋아하는 내용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약 760만 명이 메디케이드 자격을 잃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며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